"아유, 역사(驛舍)가 이렇게 달라졌네. 도대체 어디가 어딘지 모르겠어."
경의선 열차가 56년 만에 남북간 시험운행을 실시한 17일 낮 북한 개성역에 내린 한준기(80)옹은 감회 어린 표정으로 개성역전을 둘러봤다.
한 옹은 6.25 전쟁 중이던 1950년 12월31일 마지막 경의선 열차를 몰았던 기관사다. 통일부와 철도공사의 배려에 의해 이날 100명의 남측 탑승객 중 한 사람으로 초청됐다.
한 옹은 "과거에 있었던 역 주변 건물은 하나도 없다"며 "목조건물이던 개성역도 콘크리트 건물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측 단장인 권호웅 내각 책임참사의 손을 잡고 "참 내가 이런 날이 올 줄 몰랐는데 너무 감격스럽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한 옹은 군사분계선(MDL)을 통과하던 시점의 느낌을 묻자 "소감보다는 북쪽지역의 산에 나무들이 하나도 없어 놀랐다"며 "남북이 단절되기 이전에는 그렇게 숲이 우거졌었는데.."라며 아쉬워했다.
한 옹은 "전쟁통에 열차를 몰고 북한에서 내려올 때 선로변에 즐비했던 피난민들의 시신을 아직도 생생히 기억한다"며 "당시 피난민들이 열차 지붕까지 올라갔다 달리는 열차에서 떨어져 죽은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시는 동족상잔의 역사가 되풀이 되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한 옹은 "경의선 열차를 다시 모는게 평생 소원이었는데 죽기 전에 열차를 다시 타게된 게 믿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남측으로 돌아오기 위해 개성역을 떠날 채비를 하던 한 옹은 "어릴 적 최초의 기관사가 되겠다는 꿈을 가졌었는데 결국 최후의 기관사가 되고 말았다"며 혼잣말처럼 소회를 밝혔다.
1927년 일본 후쿠오카에서 태어난 한 옹은 1945년 11월 귀국해 이듬해 2월부터 증기기관차를 몰고 서울과 개성을 거쳐 토성역까지 80여km구간을 오갔다. 그가 마지막에 몰고 온 기관차는 미군의 기관총 난사에 멈춰섰고 녹슬고 부식된 채 방치돼 남북 분단의 상징으로 여겨져왔다.
(개성=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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