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심규석 기자 = 군 복무 도중 탈영하거나 휴가나 외출ㆍ외박 이
후 부대로 복귀하지 않은 채 수십 년 간 숨어 살고 있는 미체포 장기 탈영병들의 사
법처리 관할권을 둘러싸고 검찰과 군 검찰이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29일 국방부와 검찰에 따르면 군 검찰부는 공소시효가 완성되지 않은 43세 미만
탈영병의 신병 처리를 담당해 왔지만 40세 이상이면 병역의무가 면제돼 민간인 신분
이 된다는 병역법 관련 규정을 들어 검찰이 40세 이상 탈영병의 처리를 맡아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신병 확보가 사실상 불가능한 장기 탈영병 사건을 맡을 경우 공소시효
만료에 따른 불기소 처분 건수가 늘어나는 점 때문에 큰 부담을 느낀 검찰이 해당
사건의 관할권을 수용하는 데 난색을 표시하고 있다.
◇ 탈영병 43세까지 유죄 = 탈영병에게 적용되는 죄명은 군형법 상 군무이탈죄
로 공소시효가 7년이지만 이 기간 동안 숨어 산다고 해서 처벌이 면제되지는 않는다.
국방부가 3군 참모총장 명의로 3년마다 군무이탈자에게 복귀명령을 내리기 때문
에 군무이탈죄 공소시효가 완성되더라도 군형법 상 명령위반죄가 새롭게 적용돼 공
소시효가 3년씩 연장되기 때문이다.
탈영병이 복귀명령에 따르지 않은 상태에서 체포되면 명령위반죄로 처벌 받은
후 다시 군 부대에 배치돼 잔여 군복무 기간을 근무하게 된다.
다만 병역법 상 병역의무가 없어지는 만 40세가 넘으면 면역(免役)되지만 국방
부가 40세 직전에 복귀명령을 다시 한번 내리기 때문에 공소시효가 추가로 3년 늘어
나 만 43세가 되기 전까지 사실상 수배 상태에 놓이게 된다.
국방부가 열린우리당 임종인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장기 군무이탈자는
1963년부터 2005년까지 856명에 이르며 주민등록을 말소당한 채 숨어 살고 있는 탈
영병은 516명에 달한다.
◇40∼43세 탈영병 신분 논란 = 군 검찰부와 대검찰청이 벌이는 신경전의 핵심
쟁점은 공소시효 만료를 눈 앞에 둔 탈영병의 신분이 민간인이냐, 군인이냐는 데 있
다.
군 검찰부는 탈영병이더라도 병역법 상 만 40세가 넘으면 민간인 신분이 되는
만큼 검찰이 이들의 사법처리를 담당해야 한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급기야 2001년에는 40∼43세 군무이탈자 사건을 관할 검찰로 이송한다는 것을
골자로 하는 `군무이탈자 처리지침'을 개정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군무이탈자 처리지침' 개정 당시 검찰과 협의를 했는지는 모
르겠으나 40세가 넘으면 민간인 신분이 되고 재판도 군사법원이 아닌 일반 법원에서
진행되는 만큼 검찰이 이들의 신병처리를 담당하는 것이 맞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검찰은 탈영병이 43세를 넘기 전에 체포되면 군 복무를 해야 한다는 점
을 들어 군 검찰부가 해당 사건들을 담당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행적이 확인되지 않는 40세 이상 탈영병 사건을 2∼3년 동안 처리하지 못한 채
마냥 기다리고만 있다가 이들이 43세를 넘으면 `공소권 없음' 처분을 내리는 것이
검찰이 현실적으로 취할 수 있는 유일한 해법이기 때문이다.
그럴 경우 불기소 처분 건수만 늘어나 마치 검찰이 기소권을 남용한 것처럼 외
부에 비칠 수 있어 이들 사건을 맡으려 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임종인 의원은 "부적응이나 개인문제로 탈영한 사람들은 수십년 간
국민으로서 보호를 받지 못한 채 도망자 신분으로 음지에서 비정상적인 생활을 하게
된다. 관할권 문제보다는 공소시효를 연장하는 명령위반죄를 없애는 것이 중요하다"
고 강조했다.
임 의원은 올해 3월 탈영병을 군무이탈죄가 아닌 명령위반죄로 처벌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에 위배된다며 명령위반죄 폐지를 골자로 한 군형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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