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일 여성이 섹스에 합의했다가 중간에 마음이 바뀌어 그만하라고 요구할 때 남자가 중단하지 않는다면 강간범으로 처벌해야 하는가.
워싱턴 포스트는 28일 강간으로 명확히 규정하기에는 상황이 애매한 이러한 사건을 놓고 지난달 메릴랜드 특별항소법원이 강간으로 볼 수 없다며 재심 인가 결정을 내린데 대해 이례적으로 '강간은 강간이다'(Rape Is Rape) 라는 제하의 사설을 통해 법원의 결정을 뒤엎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건의 발단은 18세의 몽고메리대 여대생이 16세의 마울루드 베이비와 그의 친구를 자기 차에 태워준 데서 비롯됐다. 베이비의 친구가 먼저 차안에서 이 여대생을 강간한 후 베이비가 "이제는 내 차례"라고 말했다는 것. 이 여대생은 베이비가 마치 "난 강간은 원치 않는다"는 식이었으나 거부할 수 없다고 느꼈으며, 자신이 중단을 원할 때 중단하는 한 섹스를 하기로 동의했다고 증언했다.
두 사람이 섹스를 시작한 후 이 여대생이 그를 밀쳐내며 그만 하라고 말하자 베이비는 5~6초가 지나서야 중단했다는 것이다. 베이비는 1급 강간죄로 유죄 평결을 받았으며 징역 5년형이 선고됐다.
포스트는 이 사건이 여러 사실로 볼 때 명백한 강간 사건은 아니며, 베이비에게 재심 기회도 보장해줄 만한 사건으로 보이지만 문제는 재판부가 그에게 재심을 인가한 사유에 있다고 지적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재판부는 일단 서로 동의한 가운데 삽입이 일어났다면 다른 어떤 사정이 있더라도 강간이 될 수 없다고 봤다는 것.
재판부는 이와관련, 지난 1980년 메릴랜드주 항소법원이 "여성이 삽입전 합의를 한 뒤, 삽입후 그 합의를 철회한 경우 강간이 아니다"라고 판시한 사실을 인용했다.
재판부는 이어 관습법에 의하면 강간 범죄가 여성의 남편 또는 아버지의 소유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여겨져온 사실을 적시했다.
관습법은 여성의 처녀성 상실 자체를 모욕이자 진짜 피해로 간주해왔으며, 따라서 남편이나 아버지가 여성의 성적 기능과 출산 기능에 관한 자신의 이해를 침해 당한 이후 여성이 당하는 부상은 (이미 피해가 이뤄진 만큼) 덜 중요한 것으로 보았다는 것.
이에대해 포스트는 "여성 모욕적인 구태의 관점을 되살리고, 또한 다른 주들과 일치하지 않는 재판부의 결정이 진짜로 피해를 냈다"면서 항소 법원 또는 주 의회가 이러한 결정을 뒤엎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워싱턴=연합뉴스) 박노황 특파원
nhpark@yna.co.kr
ⓒ 미디어워치 & mediawatch.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