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최대 수혜업종으로 꼽히는 분야는 자동차 산업이다.
특소세 인하, 보유세 체계 간소화 등 세제개편의 효과로 차값이 싸져 내수시장 회복이 기대되는 데다 당장 수출비중이 70%에 달하는 3,000㏄ 이하 중소형 차량의 대미수출 관세(2.5%) 철폐로 가격경쟁력이 높아져 수출 확대가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국내 자동차업계가 이번 FTA 타결을 계기로 한단계 도약하기 위해서는 후진국형의 노사관계, 생산성 문제, 친환경.미래형 기술 취약 등 고질적인 문제를 시급히 해결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 국내 차값 7% 정도 하락..미국산 10.5% 인하
한미 FTA 타결로 2,000cc 이상 차량의 특별소비세가 10%에서 5%로 낮아지고 보유세제가 현행 5단계에서 3단계로 단순화하면 중대형 차량의 국내 소비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인하 혜택은 고가차일수록 크다. 현대차의 그랜저 Q270럭셔리 모델은 특소세 혜택으로 판매가격이 2천800만원으로 171만원이 떨어지는데 비해 오피러스 GH330럭셔리 모델은 4천120만원에서 3천883만원으로 인하폭이 237만원에 이른다.
CJ투자증권의 최대식 애널리스트는 "세제개편은 자동차 산업의 내수회복을 견인할 것"이라며 "FTA 타결이 업종 전반에 미치는 영향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현대차 관계자도 "3천만원이 넘는 고가차의 대당 가격이 5% 떨어지고 보유세금도 낮아진다면 현재 중형차 위주의 시장이 중대형차로 옮겨가면서 침체에 빠진 내수시장이 활기를 띨 것"이라고 기대했다.
물론 수입차도 이 혜택을 본다. 5천만원짜리 수입차라면 250만∼300만원의 가격 인하가 예상된다.
특히, 미국에서 만들어져 수입되는 차는 특소세 및 보유세 축소에 무관세(종전 8%) 혜택까지 더해 평균 10.5% 가격을 내릴 수 있다. 현재 판매가 5천390만원인 3천㏄급 링컨 MKX 승용차의 경우 4천800만원대에서도 구매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도요타, 혼다를 비롯한 세계적인 차 메이커들이 대부분 미국에 현지공장을 갖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이들 업체도 우회수출을 통한 가격 인하 혜택을 미제차와 똑같이 누릴 것으로 보여 국산차와 수입차의 시장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 수출 증가..미국 판매가격 하락
국내 자동차메이커들은 3,000㏄미만 차의 대미 수출관세 (2.5%)가 당장 철폐될 경우 대당 200∼300달러의 가격 인하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근 원화강세에 따른 가격 상향조정으로 북미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을 상실하고 있었음을 감안하면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산업연구원 조철 연구위원은 "2.5%의 관세가 사라지면 5%의 수출 증가 효과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현대.기아차가 지난해 미국에서 판매한 자동차 대수는 모두 51만대(현지생산 판매분 제외)다. 이중 70%가 넘은 38만5천여대가 3,000㏄ 미만의 중소형 차다.
GM대우는 2004년 11만4천690대, 2005년 10만6천821대, 지난해 11만6천761대를 미국에 수출했다.
일각에서는 현대차가 앨라배마 공장에서 싼타페, 쏘나타를 연간 30만대 생산중이고 기아차도 인근 조지아주에 공장을 건설중이어서 FTA에 따른 관세 효과는 없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현대차 관계자는 "모든 차종을 현지공장에서 만들 수는 없고 10년내에 미국이 주력하는 픽업트럭 분야에도 시장 진출이 가능해져 FTA 효과는 중장기적으로 기대할만 하다"고 말한다.
산업자원부 김용래 자동차.조선팀장은 "픽업트럭에 붙는 25%의 관세는 발효후 매년 2.5%씩 균등 축소될 것"이라며 "5∼6년내에 국내 메이커의 미국 픽업시장 진출이 가능해지면 수출효과는 더욱 크게 나타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최대식 애널리스트는 "현대.기아차의 미국 현지화와 이번 FTA타결은 현재 26억달러인 대미 차부품 수출의 지속적인 증가를 가져와 현대.기아차의 미국공장 원가경쟁력 제고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했다.
◇ 국산차 경쟁력 확보 시급
한-미 FTA 타결은 국내 자동차산업에 기회이기도 하지만 세계 선진 차 메이커들과 무한 생존경쟁을 벌여야 한다.
전문가들은 국내 자동차 메이커들이 고질적인 노사불안, 생산력 저하 등 문제를 하루빨리 극복하고 기술개발, 원가절감을 통한 경쟁력을 하루빨리 갖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 박동철 산업정책팀장은 "노사문제의 안정이 어떤 과제보다 시급하다"며 "안정된 노사관계를 바탕으로 브랜드 가치를 높여 국내 차 시장 개방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산업연구원 조철 연구위원은 "국내 업체들은 그간 소형에서 중형까지 경쟁력은 확보했지만 대형쪽은 아직 취약하다"며 "대형차 부문에서 미국차들과의 본격적인 경쟁에 대비,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철구 한국자동차공업협회 이사도 "상생의 노사관계를 먼저 구축하지 않으면 FTA효과를 누릴 수 없을 지 모른다"고 말했다.
정부는 하이브리드, 연료전지, 친환경기술 등 미래형 자동차의 핵심 기술개발에 대한 지원을 강화할 방침이다.
산자부 김용래 자동차.조선팀장은 "우리나라 차는 환경친화성, 미래형 기술에서 일본이나 유럽차에 많이 뒤지고 있어 기술개발 뿐 아니라 세제 인센티브 등 보급 확대를 위한 실질적인 지원책을 마련중"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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