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부터 도쿄돔에서 열리는 이승엽(31.요미우리 자이언츠)과 이병규(33.주니치 드래곤스)의 일본프로야구 한국인 타자 맞대결은 몇 가지 의미가 있다.
이들은 한국프로야구 출신 한국인 선수끼리 일본에서 갖는 사상 첫 타자 맞대결이라는 이정표를 세울 예정이다. 이승엽은 지바 롯데 시절 2002년 SK에서 뛰었던 호세 페르난데스, 지난해에는 타이론 우즈(주니치) 등 한국 무대를 경험한 외국인 선수들과 대결을 펼치기도 했다.
하지만 한국인끼리 타격으로 대결했던 적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1981년 백인천 전 롯데 감독과 3천85안타로 일본 야구 통산 최다안타 기록을 보유 중인 장훈이 같은 리그에서 일전을 펼친 후 26년 만이다.
경동고와 한국 농업은행을 거쳐 1962년 현 니혼햄 파이터스의 전신인 도에이 플라이어스에 입단한 백인천은 팀의 간판 타자였던 장훈과 1974년까지 한솥밥을 먹었다.
1975년 백인천이 세이부 라이온스의 전신인 다이헤이요 크라운 라이온스로 이적하면서 니혼햄의 장훈과 처음으로 한국인 방망이 대결이 성사됐다.
백인천은 당시 타율 0.319로 퍼시픽리그 타격 1위에 올랐고 장훈은 타율이 0.276으로 주춤했으나 개인 통산 400홈런을 달성하며 전성기를 누리고 있었다.
장훈이 1976년 센트럴리그 요미우리 자이언츠로 옮기면서 백인천과 맞대결은 중단됐다. 당시에는 리그가 다른 팀끼리 경기를 치르는 인터리그가 없었기 때문.
1980년 장훈과 백인천은 롯데 오리온스에서 또 한 차례 같은 유니폼을 입었고 이듬해 롯데(장훈)-긴테쓰(백인천)로 갈리면서 마지막으로 방망이 솜씨를 겨뤘다.
선수 생활을 접는 해였던 이 때 둘은 지명타자로 활약했고 장훈은 0.219, 백인천은 타율 0.227로 현역을 마감했다.
이승엽과 이병규가 현재 최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는 점에서 32년 전 장훈과 백인천의 맞대결에 비교할 수 있다. 올해 24차례 라이벌전에서 이승엽과 이병규가 한국인의 기개를 떨쳐 보이며 생생한 감동을 안겨주기를 기대해 본다.
(도쿄=연합뉴스) cany9900@yna.co.kr
ⓒ 미디어워치 & mediawatch.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