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근은 '화강암 같은' 바탕 질감의 유화, 김환기는 화면 가득 점을 찍은 점화나 가로로 긴 산과 달….
국내 미술품 경매시장에서 이른바 '블루칩' 작가로 불리는 대가들의 작품은 한결같이 이런 경향이었지만 그들의 작품 세계는 훨씬 폭넓었다.
미술품 경매회사 서울옥션이 다음달 12일 오후 올해 마지막으로 실시하는 104회 경매는 기성작가의 작품은 한층 다양하게 소개하고 새 작가를 발굴해 경매시장을 넓히려는 의도가 뚜렷하다.
경매 대표작인 수화 김환기의 1957년작 '산월'. 파리시절 그린 작품으로 두툼하게 칠한 마티에르와 세로로 긴 구도로 여태껏 나온 다른 '산월'들과는 차이가 있어 4억-6억원의 높은 추정가가 매겨졌다.
수화가 부산 피난 시절 영도다리를 그린 '푸른 空間'(추정가 2억-3억원)도 녹색과 파란색의 독특한 색감과 구도, 뒷면에 자필로 쓴 작품 소개 등이 특색있다.
경매 최고가 작가인 박수근의 작품은 종이 위에 닭과 병아리를 그린 채색화 '닭과 병아리'(추정가 9천만-1억원), 종이 위에 크레파스로 초가집과 논밭을 그린 '풍경'(4천만-6천만원)이 소개된다.
지난해 3월16일 경매에 출품된 후 위작 파문이 터지면서 1년 8개월간 경매 시장에서 자취를 감췄던 이중섭의 작품은 이번 경매에 종이 채색화 '꽃과 아이들'이 출품된다.
추정가는 2억-2억5천만원. 하단에 'ㅈㅜㅇㅅㅓㅂ'이라고 서명하고 일본어로 '나의 남덕씨, 야스카타군과 야스나리군입니다'라고 써 아내와 아이들에 대한 사랑을 담았다.
미술사적으로 의미가 있는 이인성의 '사과나무'가 4억-5억원에, 한창 가격이 오르고 있는 천경자의 작품 중 '미인도' 가 2억-3억원에 각각 출품되고, 이우환의 '선으로부터' 시리즈 한 점이 2억5천만-3억원에 나온다.
해외미술품 중에서는 독일 신표현주의 대가 안젤름 키퍼의 가로 8.8m짜리 대작 'The Secret Life Plants'가 추정가 9억원에 나와 국내 경매시장에 팔린 최고가 해외 작품이 될 지 관심이다.
고미술품은 몸통에 보기 드물게 파초와 국화 무늬가 들어있는 '청화백자파초국화문호'(4억-6억원), 국내 경매에 나온 표암 강세황의 작품 중 가장 대작인 '죽석목단도'(1억-1억2천만원), 겸재 정선의 '적벽도'(5천만-6천만원) 등이 출품된다.
서울옥션은 이번 경매부터 잊혀진 작가를 발굴하는 '작가를 찾아서'라는 섹션을 신설하고 이번에는 박상옥(1915-1968)의 정물과 풍경 한 점씩을 내놓는다.
아울러 오수환, 황창배, 이영학, 박항률, 강요배, 이석주, 김원숙, 오치균, 정일, 사석원 등 중견작가들의 작품도 다양하게 선보인다.
프리뷰는 내달 1-3일 청담점과 부산점, 7-12일 평창동 본점에서. ☎02-395-0331.
(서울=연합뉴스) 조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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