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과 미국의 북핵 6자회담 수석대표가 28일 베이징(北京)에서 회동하고 방코 델타 아시아(BDA) 은행의 북한계좌 동결문제, 북한이 조기에 이행할 핵폐기 관련 조치와 그에 대한 관련국들의 상응조치 등에 대해 협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외교소식통들에 따르면 이날 오전 방중한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과 전날 도착한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중국 수석대표인 우다웨이(武大偉) 외교부 부부장 주선으로 베이징 시내 모처에서 3자 협의를 진행 중이다.
한 소식통은 "지난달 31일 북.미.중 협의때처럼 3자 회동으로 협의를 개시한 뒤 회동의 중간에 긴밀한 북미 협의가 필요할 경우 우 부부장이 자리를 비켜 줌으로써 북미간 양자 협의를 진행케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양측은 이 회동에서 북한이 조기에 이행할 북핵 폐기 관련 조치와 관련국들의 상응조치, BDA 문제 해법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힐 차관보는 북한의 핵폐기 조치에 대한 상응 조치와 관련, 차기 회담에서 북한이 핵시설 동결 및 핵 프로그램 일체에 대한 성실한 신고를 약속해야 9.19 공동 성명에 명시된 대북 에너지 지원 논의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개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BDA 문제는 회담 재개시 북미간에 설치될 금융문제 워킹그룹을 통해 해결을 도모할 수 있다는 종전 입장을 재확인한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 김 부상은 BDA를 통한 대북 금융제재가 조속히 해소되어야 한다는 입장과 함께 자신들이 핵실험을 통해 핵 무기 보유 사실을 증명한 만큼 북미 관계 정상화와 관련된 조치와 중유 등 에너지 지원 약속이 선행되어야 핵폐기에 나설 수 있다는 주장을 했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에 앞서 김 부상은 이날 오전 베이징에 도착한 뒤 "우리는 핵실험을 통해 제재와 압력에 대응할 수 있는 모든 방어적 조치를 취했기 때문에 당당한 지위에서 아무 때든 (6자)회담에 나갈 수 있다"면서 "(북미간) 쟁점이 너무도 많다. 이번에 좀 좁혀야 된다"고 말했다.
이날 회동에서 북미가 의견조율에 성과를 거둔다면 차기 회담 일정도 금명간 윤곽을 드러낼 것이라고 한 외교소식통은 전망했다.
이 소식통은 "현재 미국은 차분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차원에서 12월11일 시작하는 주 정도에 회담을 재개하는 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이날 협의가 성과를 거둘 경우 의장국인 중국이 12월4일 시작하는 주 등으로 일정을 잡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우리 측 수석대표인 천영우(千英宇) 한반도 평화교섭본부장은 이날 오전 힐 차관보와 조찬 협의를 가진 데 이어 일측 수석대표인 사사에 겐이치로(佐佐江賢一郞) 외무성 아시아대양주 국장과 오찬을 함께 하며 회담 재개시 `조속한 진전'을 거두는 방안을 협의했다.
(베이징=연합뉴스) 조준형 기자
jhcho@yna.co.kr
ⓒ 미디어워치 & mediawatch.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