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산드르 리트비넨코 러시아 전직 정보요원 독살사건을 수사 중인 영국 정부가 27일 진상 규명에 필요한 협조를 러시아 정부에 요청하고 나서 `러시아 당국 개입설'이 제기되고 있는 이번 사건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이런 가운데 리트비넨코 살해에 쓰인 독극물을 추적하고 있는 영국 경찰은 리트비넨코에게 주입한 의혹이 제기되는 방사성 물질 `폴로늄 210'을 런던 중심부 2개 빌딩에서 추가로 발견했다고 밝혀 진상규명에 한발짝 다가섰다.
◇러시아에 협조요청 = 존 리드 영국 내무장관은 이날 하원에 보낸 성명에서 이번 사건의 진상규명에 필요한 모든 협조를 제공해 달라고 러시아 정부에 요청했다고 밝혔다.
리드 장관은 영국 주재 러시아 대사를 지난 24일 외무부로 불러 "러시아 당국이 진상조사에 필요한 모든 협조를 제공해야 한다는 우리의 기대를 본국에 전달하도록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리드 장관은 "영국 경찰은 그의 죽음에 연관된 어떤 것도 배제하거나 감안하지 않고 있다"면서 "그가 사망하기 전에 작성한 문건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그의 죽음을 재가했다고 비난한 만큼 러시아 당국이 그를 독살했다는 추정이 광범위하게 퍼져있다"고 밝혔다.
리드 장관의 언급은 폴로늄 210이 그의 사체에서 발견된 뒤 사건 현장과 관련성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3명이 방사성 물질에 노출됐을때 나타나는 증세를 보여 특별 진료소로 보내져 진단을 받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다.
◇방사성물질 추가발견 = 경찰은 런던시내 서부의 다운 7번가와 그로브너 25번가에 소재한 사무실 2곳에서 추가로 방사성 물질을 발견했다고 27일 밝혔다. 이들 두 곳의 사무실에 있는 장소는 모두 메이페어 지역이다.
다운 7번가 사무실은 리트비넨코의 친구인 러시아 재벌 보리스 베레조프스키 소유인 것으로 밝혀졌다. 그로브너 25번가 사무실은 리트비넨코가 생전에 전직 KGB 보디가드 1명을 포함해 3명의 러시아인을 만났던 곳이다.
법의학자들은 8시간에 걸친 현장 조사 끝에 리트비넨코를 독살하는데 쓰인 폴로늄 210을 이들 사무실에서 발견했다.
그러나 이들 회사측은 웹사이트에 게재한 성명을 통해 이 회사의 회장은 영국 특수부대의 전직 고위직을 역임한 대테러 전문가라고 밝히고 회사 사무실에서 폴로늄 210이 발견됐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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