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박준식기자][적대적M&A 방어·인도제철소 지연문제 등 현안 해결용 관측]
이구택 포스코 회장이 21일 인도행 출국길에 올랐다.
120억 달러(약 12조)가 투자될 예정인 인도 제철소 건립이 지연되고, 인도 자본이 주축이 된 아르셀로-미탈이 포스코에 적대적M&A 의사를 직간접적으로 내비치고 있는 상황이다. 이 회장은 '무거운' 발걸음을 내디뎠다.
출국일은 예정보다 앞당겨졌다.
이번 출국의 명목은 뉴델리에서 열리는 국제철강협회(IISI) 이사회에 참석하기 위한 것. 하지만 이사회는 25일 개최된다. 이 회장은 인도 방문 이전 태국을 방문해 타이녹스(Thainox)의 프라윳(Prayudh) 회장을 만날 예정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태국방문과 관련, "두 최고경영자(CEO)가 한국과 태국의 철강산업의 현황과 발전방향에 대한 의견을 나눌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업계 전문가들은 "이구택 회장이 태국방문을 통해 포스코에 대한 적대적M&A 시도를 방어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할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았다. 포스코와 타이녹스가 △양사의 원료공급 관계를 더 확대하거나 △상호 지분매입 협력을 구체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포스코는 현재 스테인리스 냉연 업체인 타이녹스에 냉연 원료인 열연코일을 공급하고 있다. 양사는 이미 지난해 방콕에서 전략적 제휴를 맺은 상태다. 이 양해각서에 따르면 포스코는 타이녹스의 지분 15%를 인수해 2대주주가 되고, 타이녹스는 스테인리스 열연제품 사용량의 80%를 포스코로부터 공급하기로 했다. 포스코는 타이녹스의 제품수출도 지원하기로 했다.
이 때문에 이번 방문을 통해 이 연대는 더 공고해 질 수 있다.
포스코는 적대적M&A 시도를 막기 위해 최근 신일본제철과 상호 지분매입을 완료했지만 추가적인 백기사를 원하고 있다. 지원군은 동아시아 철강업체를 중심으로 찾고 있다. 아르셀로와 미탈의 합병으로 유럽과 인도의 협력이 긴밀해졌기 때문에 동아시아의 철강사가 서로 힘을 합해야 한다는 '철강 동아시아 연대' 구상도 나오고 있다.
◇인도 제철소 지연..이구택 회장이 실마리 푸나
이구택 회장의 출국 일정 중 무엇보다 관심을 끄는 것은 인도 방문이다. 포스코는 2010년까지 인도에 연산 400만톤 규모의 제철소를 완공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최근 이코노믹타임즈 등 현지언론에 따르면 포스코는 특별경제구역(SEZ)으로 지정된 농지를 수용하는 과정에서 주민들의 강한 반대에 부딪쳤다. 포스코는 오는 10월에 제철소를 건설을 착공할 계획이지만 공장 건설에 필요한 부지 4000에이커(1619헥타아르) 중 확보한 토지는 1135에이커에 불과하다.
그러나 주민들의 반대가 부지확보 문제의 절대적인 요인은 아니라는 분석도 있다. KOTRA 인도 무역관 관계자는 "포스코 공장지연 원인에는 농지수용 이 외에도 자원 민족주의와 세계 철강업계의 치열한 경쟁 등의 요인이 숨어있다"고 설명했다.
포스코가 일관제철소를 건설계획을 발표하기 전과 현재의 상황에 변화가 생겼다는 분석이다.
특히 변화는 인도 정부를 중심으로 관측된다. 인도 정부는 당초 포스코의 계획에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했지만 현지 NGO 등을 중심으로 철광석을 남의 나라에 뺏길 수 없다는 자원 민족주의가 대두되면서 문제를 점차 지방정부에 떠넘기려는 미온적인 입장으로 선회했다.
여기에 아르셀로-미탈 등 인도 자본 중심의 기업들이 앞다투어 제철소 건립 계획을 발표하자 이 태도는 더 굳어졌다는 분석이다. 세계가 인도의 인적·물적 자원에 관심을 집중하자 포스코의 사업계획이 외풍을 맞게 된 셈이다.
이 때문에 철강업계는 이구택 회장이 인도 방문 중 이 같은 모든 문제의 실마리를 풀 수 있는 행보를 보일지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이 회장은 공식적으로 아르셀로-미탈 관계자들이 참여하는 IISI 이사회에 부회장 자격으로 참석해 인도 철강산업을 조망하는 인디아(India) 2020 프로젝트에 대한 수행 결과를 보고받고 관계자들과 논의를 벌일 계획이다. 또 비공식적인 일정을 통해 인도 정부 관계자와 인도제철소 건설 관계자 등을 만날 예정이다.
박준식기자 win04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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