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마련한 `후천성 면역결핍증 예방법 일부개정 법률안'과 관련해 국가인권위원회가 성매매 여성 에이즈검진 조항을 삭제하자는 의견 등을 내놓을 것으로 보여 논란이 예상된다.
인권위는 개정안이 감염인(HIV감염인ㆍAIDS환자)의 인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는지 검토해 국회 보건복지위원장 등에게 권고할 사무처안을 마련, 지난 12일 전원위원회에서 논의한 결과 대부분 내용에 동의했으며 일부 문구를 수정해 26일 확정할 계획이다.
인권위는 사무처안에서 보건소나 지자체가 성매매 여성을 대상으로 에이즈 검사를 하고 검진에 응하지 않으면 1년 이하 징역이나 3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는 조항을 삭제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인권위는 남성 감염인의 비율이 90%로 현저히 높은데 여성을 주요 검진 대상으로 규정하는 것은 성차별의 소지가 있으며 형사적 제재를 동반하는 강제 검진은 과도하게 기본권을 제한하기 때문에 적절치 않다고 이유를 밝혔다.
에이즈예방법 개정안은 에이즈 검진시 이름ㆍ주소를 안 밝혀도 되는 익명 검사가 가능토록 했는데 감염인을 확인한 의사가 보건소장에게 신고해야 한다고만 명시해 신고시 실명만 써야 하는지 익명도 쓸 수 있는지 불분명하다고 인권위는 지적했다.
인권위는 감염인의 헌혈 여부를 파악하기 위해 실명으로 보고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지만 헌혈 혈액에 대한 검사를 강화하고 감염인의 자발성을 높이는 것이 보다 효과적인 예방법이라며 익명 보고의 원칙을 추가해야 한다는 의견을 사무처안에 포함했다.
또 감염인이 감염 예방조치 없이 성행위를 하거나 혈액ㆍ체액을 통해 에이즈를 다른 사람에게 전파하면 3년 이하의 징역형에 처하도록 한 현행 조항을 삭제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이다.
인권위는 콘돔 사용을 홍보하고 수혈시 혈액의 감염 여부를 정확히 검사하는 등 근본적인 예방법을 도입해야지 감염인을 예비 범죄자로 여기는 편견을 조장하고 기본권을 제한하는 법조항은 입법적 한계를 벗어난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에이즈 감염사실이 확인됐을 때 감염인의 배우자에게는 통보하되 되도록 감염인의 동의를 구하고 그 밖의 동거인과 가족에게는 침해되는 사익에 비해 효과가 불분명하므로 고지하지 않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이다.
특히 에이즈환자 중 타인에게 감염시킬 우려가 높은 자가 보건복지부나 지자체의 치료 명령에 응하지 않으면 공무원이 치료 및 보호 조치를 할 수 있게 했는데 인권위는 치료와 보호조치의 내용이 불분명해 인권을 침해할 수 있다고 보고 이 조항을 삭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밖에 감염인 배우자ㆍ동거 가족에 대한 역학조사 강제 규정은 방법의 적정성을 인정할 수 없고 감염인의 주소이전시 보건소에 신고하는 조항은 다른 전염병과 비교할 때 형평성에 어긋나며 외국인 감염인을 내국인 감염인과 동일하게 대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같은 내용의 인권위 사무처안이 확정될 경우 에이즈 감염인의 인권보호와 국민건강권 보호라는 두 가치가 충돌될 우려가 있어 신중한 검토가 요구된다는 지적을 낳고 있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1985년부터 2006년까지 집계된 내국인 감염인은 4천580명으로 남성이 4천161명(90.9%)을 차지하며 이중 830명이 사망해 3천750명이 생존해 있고 대부분 성접촉에 의해 감염됐다.
(서울=연합뉴스) noano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