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측 핵심쟁점 '투 트랙' 해법 시도
(서울=연합뉴스) 경수현 김종수 기자 =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7차 협상 첫날은 양측이 치열한 기 싸움을 벌였으나 핵심 쟁점에서 뚜렷한 진전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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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FTA 7차협상을 위해 입장하는 김종훈 대표와 커틀러 미 대표 |
이날 양측은 투자, 서비스, 금융, 통신.전자상거래, 지적재산권, 노동, 의약품 등 7개 분과에서 협의에 나서 일반화물을 이용한 국내 택배와 화물운송 등은 개방하지 않기로 합의했고, 통신.전자상거래 분야에서도 국경간 정보이동 조항 등에 합의했으나 이 외에는 이렇다할 결과가 없었다.
이번 협상은 일반 쟁점을 다루는 분과회의와 핵심 쟁점의 절충점을 찾는 양측 수석대표간 소규모 회동 등 이른바 '투 트랙(Two Track)'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를 통해 7차 협상은 한미FTA 협상이 3월 말 이전에 타결될 수 있을지 가늠하는 시금석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최대 핵심 쟁점인 농산물 시장을 둘러싼 양측의 입장차가 남아 쌀을 비롯한 초민감 품목들에 대한 개방 여부는 7차 협상 뒤에나 결정될 전망이다.
◇ 쌀개방 신경전
김 대표는 "지금 기타로 분류돼있는 235개 (농업분과 소관) 품목 중 진짜 민감한 품목은 7차 협상이 끝난 뒤 마무리 단계에서 종합적으로 봐야한다"고 언급, 농산물 분야의 본격협상은 7차 협상 이후 이뤄질 것임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웬디 커틀러 미국 수석대표는 "한국의 농산물 시장 개방은 미국의 우선순위 과제"라면서 "쌀이 한국에 민감한 사안이라는 것은 잘 알고 있지만 쌀 시장 접근성의 개선을 요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집요하게 한국의 '금기사항'인 쌀 개방문제를 파고들어 다른 곳에서 이익을 극대화하겠다는 전략을 노골화한 것이다.
우리측은 쌀을 건드리면 협상을 깰 수도 있다는 자세를 고수하고 있지만 이를 관철하기 위해서는 상응하는 다른 것을 내주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쇠고기 뼛조각 문제도 여전히 협상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쇠고기가 한미FTA의 직접 현안은 아니지만 미 의회 등은 뼛조각 문제의 해결이 전제되지 않는한 한미FTA 협상의 성사 가능성이 없다고 우리측을 압박하고 있다.
이태식 주미대사는 전날 기자회견에서 "쇠고기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한 미국 의회의 비준은 물론 3월 말 협상타결도 어려워 보인다"고 밝혔다.
◇ 무역구제 '2+2' 절충나서
김종훈 수석대표는 개막 첫날 브리핑에서 "핵심쟁점에 대해 수석대표간에 여러 형태로 의견을 교환하고 있다"고 말했고 웬디 커틀러 미국측 수석대표도 "200명의 한국 대표단이 워싱턴에 온 것은 협상의 진전을 이뤄내기 위한 것이며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는 표현을 썼다.
경색국면에 빠진 무역구제 등 대형 쟁점은 결국 협상단을 넘어서는 고위급에서 타결점을 모색하게 되겠지만 협상단선에서도 활로를 뚫기 위한 다양한 물밑시도가 이뤄지고 있음을 시사한 대목이다.
회의 첫날 나타난 '의견교환'의 형태는 분과협상 개막전인 무역구제분야에서 양측 수석대표와 분과장이 참가한 가운데 열린 '2+2'형태의 절충 방식이다.
12일(현지시간)부터 열리는 무역구제분과에서는 양자간 세이프가드의 존속기간과 조치기간 등 원칙적으로 합의된 부분의 기술적 쟁점만 다루고 반덤핑 피해 판정시 한국산 비합산 등 미측이 거부한 우리측 요구사항들은 압축된 형태의 회동을 통해 서로의 진정한 양보선을 가늠해보고 있다는 이야기다.
우리측이 어느 정도 '선물 보따리'를 공개한 자동차와 의약품 분야에서도 유사한 형태의 절충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투자자-국가소송(ISD)과 방송.통신시장 개방 등에서 첨예한 의견대립을 보이고 있는 서비스.투자분야도 '투 트랙' 해결책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관측된다.
정부 협상단의 한 관계자는 "ISD문제는 7차 협상 마지막에 다뤄질 것"이라고 말해 실무선에서는 서로 양보 가능한 선을 타진해본 뒤 좀 더 고위급에서 결정이 이뤄질 것임을 시사했다.
금융위기시 대외 금융거래를 일시 제한하는 단기 세이프가드와 국책은행의 FTA협정 적용문제에서 양측이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금융분과 역시 실무협상선을 이미 떠났음이 점차 분명해지고 있다.
협상단 관계자는 "미국측이 우리의 중점 요구사항 수용을 대가로 다른 쟁점 다수의 양보를 요구하는 등 이전보다 훨씬 강한 입장을 개진하는 바람에 진척이 이뤄지고 못했다"며 협상 진행 상황이 원만하지 못한 상태임을 시인했다.
◇7차 협상이 사실상 성패 가른다
김종훈 우리측 수석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7차 협상은 미국의 무역촉진권한(TPA) 만료이전에 (한미FTA 협상이) 타결될 수 있을지 가늠하는 시금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TPA에 따른 현실적인 협상 시한인 3월 말까지 한미FTA 협상이 타결될 수 있을지 여부가 이번에 드러날 것이라는 의미다.
특히 현행 TPA가 6월 말 만료된 뒤에는 상당기간 미 행정부가 협상을 벌일 상황이 안 되는 만큼 한미FTA 협상이 장기간 공회전하면서 무산될 수 도 있다는 점에서 7차 협상이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TPA는 행정부가 통상협상을 원활하게 진행할 수 있도록 의회가 부여하는 권한으로, 미 의회는 행정부가 체결한 협정에 대해 수정을 할 수 없으며 찬반 여부만 결정하게 된다.
TPA가 없는 상황에서는 협상 진행이 거의 불가능해진다는 게 통상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게다가 미국내에서 연장 논의가 진행되고는 있지만 당장 연장되기 보다는 장기간의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는게 일반적 관측이다.
최석영 주미대사관 공사는 "TPA 연장이나 갱신이 조기에 이뤄질 것이라고 보는 견해는 소수"라면서 "새로운 TPA는 2009년에나 도입될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이 다수"라고 말했다.
jski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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