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에서 혼자 밥 먹는 게 얼마나 서러운 지 겪어본 사람만 압니다"
학교폭력으로 고통받는 학생들을 위한 인터넷 상담카페 `학교가기 싫어'의 운영자 김혜민(21.여)씨는 15일 서울 청계천에서 카페회원 6명과 함께 나들이를 즐기며 `왕따 지킴이'로서의 활약상을 털어놨다.
'학교가기 싫어(cafe.daum.net/smillingschool)'
인제대 사회복지학과 2학년인 김씨는 학창시절 7년간 학교에서 `왕따'를 경험하며 자살까지 생각했지만 2002년 고등학생 신분으로 `학교가기 싫어' 카페 상담원을 시작해 지금은 9천여명의 회원을 이끌고 있다.
김씨는 "소위 `설친다'는 이유로 초등학교 3학년 때 같은 반 애들한테 찍히고 나니 사사건건 미움을 받았고 혼자 밥을 먹는 것은 물론, 협박편지도 받았다"며 "중학교 2학년 때 수첩에 유서를 썼었는데 엄마가 우연히 이것을 보고 왕따에서 벗어나도록 도와주셨다"고 회상했다.
김씨의 어머니는 딸의 유서를 보고 난 뒤 같은 반 친구들을 불러 파티를 열어주고 학교 준비물을 두 개씩 챙겨 보내는 등 딸이 친구들과 어울리도록 적극 도왔다.
김씨는 "왕따에게 필요한 것은 같은 편이 되어 마음을 터놓을 단 한 사람이다. 상담을 해보니 여리고 내성적인 친구들이 왕따를 많이 당하지만 의외로 겉으로는 활발한데 집안문제 등으로 혼자 고민하다 자살을 생각하는 친구들도 있다"고 말했다.
`초록천사'라는 아이디로 활동하는 김씨는 하루 평균 3∼4명과 전화 또는 문자메시지, 이메일로 상담해 지금까지 청소년 800여명의 고민을 들어줬으며 부산에 살면서도 한 달에 1∼2차례씩 상경해 회원들과 오프라인 모임을 갖는다.
김씨는 "내가 하는 일이라고는 그저 이야기를 들어주고 맞장구치는 것인데 그렇게만 해도 죽고 싶다던 친구들이 스스로 문제를 잘 해결하더라"며 "나도 전에는 내 얘기를 잘 못했는데 이제는 많이 극복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근래 초등학생이 애완견이나 고양이를 학대한다는 내용의 상담이 세 건이나 있었는데 알고 보니 학교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동물에게 풀었던 것이다. 무엇보다 가족의 관심이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학원강사로 벌어들인 아르바이트비를 몽땅 청소년을 만나는 데 쓴다는 김씨는 "또래 상담원의 역할이 중요한데 대학생이 되니까 벌써 초등생들이 쓰는 말을 잘 모르겠다"며 "평생 이 일을 할 수 있도록 학교폭력전문가가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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