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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가는 길' 찍어주는 공무원

달서구청 안재용씨, 8년째 영정사진 봉사

  • 연합
  • 등록 2006.12.24 13:13:14


*사진설명 :8년째 노인들에게 무료 영정 사진을 찍어주고 있는 대구 달서구청 공무원 안재용씨. ⓒ연합

"할머니 오늘 예쁘게 한복 입고 오셨는데 얼굴도 화사하게 펴야죠. 여기를 보시고..자 찍습니다"
찰칵. 사각 프레임 안 주름진 얼굴에 미소가 퍼지자 카메라 셔터를 누르는 이의 얼굴이 따라 웃는다.

최근 대구 달서구의 한 영세민 아파트에서 열린 '영정 촬영 행사'에서 삼각대를 편 안재용(38)씨. 달서구청 공보팀에서 사진 담당 공무원으로 일하는 그는 가난한 노인들에게 무료로 영정 사진을 찍어주는 봉사 활동을 8년째 해오고 있다.

지금까지 사진을 찍어준 이들은 270여 명. 시내 복지관이나 시민단체를 통해 서너 명에게 봉사를 할 때도 있지만 수십 명을 찍어줘야 하는 '큰 건'이 생기면 이 일을 처음 소개해 준 대학 선배에게까지 'SOS'를 쳐 함께 촬영을 나간다.

"초기에는 이상한 생각도 들었습니다. 장례식에 쓸 사진을 찍어주는 것이 과연 봉사가 될까 싶기도 했어요. 하지만 어르신들이 흐뭇해 하는 모습을 보며 생각이 크게 바뀌었습니다. 결국 그분들이 남은 삶을 잘 정리하는 것을 도와주는 일이니까요".

사진으로 먹고 사는 그지만 일이 생각보다 쉽진 않다. 사진 액자 비용까지 자비로 내야하는데다 자신의 모습을 밝게 간직하고 싶어하는 어르신들이 얼굴의 흉을 지우는 '포샵질'을 주문하는 등 '사후 부탁'도 적잖기 때문. 그래도 안씨는 카메라를 꺼낼 때마다 흥이 절로 난다.

"예전 불치병으로 온 몸이 마비된 30대 환자분을 만난 적이 있는데, 눈만 겨우 움직이는 상황이지만 꼭 영정 사진을 찍고 싶다고 하시더군요. 그 분의 눈빛을 카메라에 담으며 오히려 제 삶에 대해 많은 걸 느꼈습니다. 사진을 통해 다른 이들에게 무언가를 해줄 수 있어 다행이란 생각이 들더군요".

 

(대구=연합뉴스) 김태균 기자
tae@yna.co.kr'>t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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