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김정일 군사령관 추대.김정숙 생일 행사 잇달아
평양 봉수교회.장충성당 성탄행사.."일부 젊은층 성탄 즐겨"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6자회담이 별다른 진전 없이 끝났지만 한반도 남녘과 북녘은 성탄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군 최고사령관 추대 기념 행사로 각각 '축제 분위기'에 젖어 있다.
남한은 거리마다 울려 퍼지는 캐럴과 대형트리, 장식물 , 성탄 분위기를 물
씬 풍기는 가운데 시민들은 연휴를 맞아 가족이나 연인, 친구끼리 모여 즐거운 시간
을 보내고 있다. 신자들은 교회나 성당을 찾아 아기 예수의 탄생을 축하하고 있다.
북한은 성탄에 큰 의미를 두지 않지만 올해 만큼은 남녘 못지않게 떠들썩하다.
크리스마스 이브인 24일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군(軍) 최고사령관 추대 15돌이
자 김 위원장의 생모 김정숙의 89회 생일이어서 북한 전역에서 기념행사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최고사령관 추대 기념행사는 올해가 5, 10주년 등으로 '꺾어지는 해' 인데
다 지난 10월 '핵실험 성공'이 반영된 듯 더욱 성대하게 치러지고 있다.
북한은 23일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조명록 국방위원회 제1부위원장
을 비롯해 당.정.군 고위 간부들이 대거 참석한 가운데 최고사령관 추대 기념 보고
대회를 열었다.
청년학생들은 22일 평양 청년중앙회관에서 최고사령관 추대 15돌 경축모임과 기
념공연을 가졌으며 여맹 중앙위원회도 같은 날 여성회관에서 '백두의 선군영장 높이
모시어 위대한 내 나라'라는 기념 무대를 마련했다.
또 김만유병원 의료 일꾼(간부)들이 경축 공연을 하는 등 기관.단체별 기념 행
사가 잇따르고 있으며 모스크바, 선양 등 외국 현지공관에서도 경축연회를 열고 있
다.
그러나 북 당국은 성탄 기념행사에 대해서는 최소한으로 허용하고 언론매체도
짤막하게 행사를 소개하고 있는 실정이다.
통상 북에서는 성탄절을 맞아 평양 봉수교회와 칠골교회, 장충성당, 일부 가정
교회 등에서 성탄기념 예배나 미사를 보고 있다.
봉수교회 예배에는 조선그리스도연맹 성직자와 신자, 평양주재 외국대사관과 기
업체 직원, 방북 중인 동포 등이 참석한다.
지난 2004년 소개된 장충성당 성탄 미사 동영상은 '성탄절 기념축제'라는 제목
하에 크리스마스 트리가 곳곳에 장식된 성당 안에서 남녀 200여 명이 모여 미사를
본 뒤 춤과 노래로 문화축제를 벌이는 장면을 보여줬다.
북에서는 기독교 신자 1만3천여 명, 천주교 신자 3천여 명이 있는 것으로 알려
지고 있다.
그러나 성탄 기념행사는 예배나 미사로 끝이 나며 길거리에서는 트리나 장식 등
은 찾아볼 수 없고 캐럴도 들을 수 없다.
따라서 대부분의 주민은 성탄절이 있는지 조차 모른다고 탈북자들은 전하고 있
다.
하지만 일부 상류층 젊은이들은 최근 들어 성탄 분위기를 즐기는 것으로 알려지
고 있다.
2001년 탈북한 피아니스트 김철웅(32)씨는 "북한에서 크리스마스 행사는 단속
대상이지만 연말이면 일부 젊은이들 사이에 성탄 분위기가 난다"며 "친구들과 밤 늦
게까지 맥주를 마시고 외국 영화를 몰래 본 적이 있다"고 했다.
(서울=연합뉴스) 문성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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