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의 정계개편 논의가 불붙으면서 계파간 이합집산과 계파내 분화 움직임이 어지럽게 진행되고 있다.
개혁.보수세력간 합종연횡이 이뤄지는가 하면 계파 내부의 균열이 가속화하는
등 다양한 역학구도가 형성되면서 기존의 계파별.이념별 그룹핑의 경계가 허물어지
고 세력지형이 재편되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개혁성향의 김근태(金槿泰.GT) 의장계인 민평련(민주평화연대)은 최근 전당대회
의제설정 문제를 놓고 중도.보수 성향인 희망21포럼, 국민의 길, 실사구시, 안개모(
안정적 개혁을 위한 의원 모임)와 공동 서명운동을 전개했다.
범통합신당파에 속하는 이들의 제휴는 광장모임 등 중도파가 내세운 전대에서의
지도부 합의추대론에 맞서 통합수임기구 설치론을 관철시키려는 목적에 따른 것이
지만 당내에서는 이념적 지향이 다른 개혁파와 보수파간 제휴라는 점에서 이례적으
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그러나 이들도 친노(親盧) 세력에 대한 대응방향을 놓고는 서로 입장을 달리해 '
화학적 결합'이 아닌 '일시적 동거'로 보는 시각이 많다.
민평련은 정계개편 과정에서 친노세력까지 껴안는 `분열 없는 통합신당'을 추진
하는 반면 나머지 그룹은 친노세력 배제도 불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GT계와 함께 통합신당 단일대오를 유지한 것으로 알려졌던 정동영(鄭東泳.DY)
의장계는 DY가 정치현안에서 한 발짝 떨어져 있는 상황에서 중도파 참여자가 늘면
서 내부 분화가 가속화된 인상이다. DY계의 핵심으로 분류되는 박영선(朴映宣) 민
병두 의원은 광장모임이 주도한 중도파의 서명에 동참했다.
반면 DY계로 분류되고 있는 양형일(梁亨一) 우윤근(禹潤根) 전병헌(田炳憲) 의
원 등은 희망21포럼, 국민의 길을 통해 통합신당의 전도사 역할을 자임하고 있다.
김한길 원내대표는 DY와 일정한 거리를 두면서 독자진로를 꾀한다는 얘기도 나
온다.
DY계의 분화현상은 일단 386 운동권세대가 중심이 된 민평련에 비해 내부 결속
력이 높지 않은 데서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내년 초 DY가 본격 세 규합에
나설 경우 어떤 양상을 띨 지 주목된다.
친노세력의 분화도 두드러진다. 참정연(참여정치연대) 소속인 김형주(金炯柱)
이광철(李光喆), 의정연(의정연구센터) 소속인 이광재(李光宰) 이화영(李華泳) 의원
등은 당 사수파로서 강고한 동맹을 유지하고 있다.
반면 영남권 친노파로 분류되는 김혁규(金爀珪) 윤원호(尹元昊) 최철국(崔喆國)
의원 등은 당 사수파가 아닌 중도파 서명에 참여해 대조를 이뤘다.
개별의원들의 움직임 역시 주목을 끌고 있다. 대표적인 반노(反盧) 성향으로 통
했던 김영춘(金榮春) 의원은 친노 의원들이 주도하고 있는 사실상 당 사수파쪽에 동
참했다. 김 의원은 `선 리모델링, 후 대통합' 경로를 강조하면서 노무현 대통령에
대해서도 "자연스럽게 해결될 날이 있을 것"이라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또 GT가 의장 취임 후 사무총장을 맡길 만큼 친밀감을 표시했던 원혜영(元惠榮)
의원은 중도파인 광장모임 핵심멤버로 활동하는 데다 사석에서 "나는 GT와 생각이
조금 다르다"고 언급, GT와 일정한 거리를 두려는 눈치다.
당내에서 경북권 대표주자로 알려진 김부겸(金富謙) 의원은 외곽조직인 `선진한
국연대'를 통해 중도개혁세력 중심의 `전진코리아' 창립을 제안하는 등 독자진로를
모색중이다.
(서울=연합뉴스) 류지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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