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어김없이 성탄절이 찾아왔다. 도심은 오색 빛 찬란한 모습으로 바뀐지 오래고 길거리는 캐럴로 가득 차 있다. 숨가쁘게 달려온 2006년도 이렇게 저물어 간다. 해마다 연말이면 '올해보다 더 다사다난했던 적은 없었을 것'이라는 말이 어김없이 등장하듯 올해 역시 꼬리에 꼬리를 물고 숱한 사건들이 이어졌다. 2천 년 전 아기 예수가 이 땅에 오셨던 그 뜻을 되새기면서 오해와 반목, 미움, 다툼, 시기, 질시 등 부정적인 감정들이 아직도 마음 한 구석에 쌓여 있다면 모두 말끔히 털어냈으면 한다. 그냥 해마다 돌아오는 기념일 정도로 넘길 게 아니라 사랑과 평화의 진정한 메시지를 이 땅에 전해준 아기 예수를 생각하면서 한해를 차분히 마감한다는 자세를 갖추는 일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신용불량자 수가 줄어들지 않고 20대 실업자가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는 등 경
기 침체의 그림자가 점차 확연해 지고 있어 세밑 우리를 우울하게 하고 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반대 시위가 폭력적 양상으로 변해 국민에 불안한 모습으
로 비춰진 것도 아쉽기만 하다. 대화와 타협으로 서로를 이해하고 설득하려는 노력
이 우리 사회에서는 아예 실종된 것은 아닌지 답답하다. 13개월만에 겨우 열린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은 결국 성과 없이 끝났다. 한반도 비핵화 달성이 이다지
도 요원한 일인지 생각할수록 우울하다. 6자회담 당사국 모두가 한반도 평화 안정
달성을 위해 과욕을 버리고 화합과 평화의 길로 나갔으면 한다. 올 한해 부동산값
급등이 사회 전반에 끼쳤던 영향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과히 '광풍(狂風)'이라
고까지 표현할 수 있는 부동산 문제에 대해 정부는 정부대로, 개인은 개인대로 세심
하게 대응하지 못했거나 간과했던 부분이 있다면 반성할 일이다. 사회 통합과 계층
간 위화감 해소 차원에서 모두가 냉정히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성탄절을 맞은 우리는 이런 우울한 자화상과 사회상을 되돌아 보는 시간을 가져
야 할 것이다. 개인 및 집단 이기주의가 먼저 고려됐다면 이제는 공동체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사고방식을 갖춰 나가야 할 때다. 그래야 성숙한 사회라고 할 수 있다.
불우한 이웃에 더 많은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모든 일에
상대방을 먼저 고려하는 세심하고도 사려 깊은 행동이 필요하다는 것을 모두가 명심
해야 할 때다. 가난하고 굶주리고 박해받는 이웃이 있다면 그들에게 손을 내밀어 함
께 걸어간다는 자세를 가다듬는 일이 절실하다. 성탄절을 맞아 아기 예수가 이 땅에
오셔서 온 인류에게 전한 사랑과 평화의 진정한 메시지를 마음속 깊이 새기고 실천
할 것은 하나 둘씩 실천에 옮겨 사랑이 넘쳐흐르는 세상이 되도록 우리 모두 노력해
야 할 것이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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