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연시를 맞아 여야 대권주자들의 하루가 바빠지고 있다. 각종 이벤트를 통해 자연스럽게 민심을 사로잡을 수 있는 호기란 판단에서다.
이 같은 움직임은 신년 벽두에 쏟아져 나올 각종 여론조사 결과가 연초 대선구
도를 좌우할 수 있다는 점과도 무관치 않다.
연말연시 이벤트의 테마는 대체로 비슷하다. 불우이웃과 군부대 위문 등을 통해
소외 계층에 눈을 돌리는 '따뜻한 서민'의 이미지를 부각시키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대선주자들은 또 새해 첫날 집에서 손님을 맞지 않을 방침이다. 신년 자택 개방
이 유력 정치인의 `세 과시용' 연례행사로 여겨졌던 것과 비교할 때 정치 문화의 `
상전벽해'를 실감케 한다.
◇열린우리당 = 김근태(金槿泰) 의장은 성탄절인 25일 부인 인재근 여사와 함께
`일일산타'로 변신, 서울대병원에서 소아암과 백혈병 어린이들을 위로한다.
`사회적 대타협'을 강조해온 김 의장은 28일 비정규직 3천여명을 정규직화한 우
리은행 본점을 들러 노사간 대타협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조만간 공동경비구역(JSA)
을 방문해 군 장병을 위문할 예정이다. 또 1월 2일에는 화성의 삼성전자 반도체 공
장을 들러 대기업 투자 활성화를 강조할 것이라고 측근들은 밝혔다.
`소년소녀가장돕기 산타마라톤 대회'와 장애아를 위한 `장애인 아동의 밤' 행사
에 참석했던 우리당 정동영(鄭東泳) 전 의장은 성탄절 노숙자 무료배식(밥퍼) 행사
에 동참한다. 신년 1일은 가족과 함께 조용히 보내면서 정국 구상을 가다듬을 계획
이라고 측근들은 전했다.
◇한나라당 = 박근혜(朴槿惠) 전 대표는 최근 팬카페 연합이 주관한 결식 아동
돕기 자선바자회에 참석해 소장품을 기부한 데 이어 강원도 인제를 방문, 지난 여름
수해지역을 둘러보고 군부대를 찾아 국군장병을 격려했다.
그는 24일 명동성당에서 열리는 성탄 미사에 참석하고 25일에는 삼성동 자택에
서 차분히 하루를 보낸 뒤 26일 광주, 27일 경북, 29일 경기도 평택의 초청 행사에
잇따라 들러 정책 구상을 밝힐 예정이다. 30일께는 서울 인근 사회복지시설에서 장
애인과 노인 등 소외된 이웃들을 위로하며, 새해 첫날에는 당 단배식과 국립묘지 참
배를 통해 대권도전의 결의를 다진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이명박(李明博) 전 서울시장은 최
근 독거노인 및 소년소녀가장 가정에 연탄을 배달하고 노숙인 연극단 공연을 관람
한 데 이어 24일에는 안양보육원을 방문한 뒤 청계천 `빛의 축제'의 일환인 구세군
모금행사에도 참여한다.
이 전 시장은 지난주 강원도 철원 백골부대를 찾아 장병들을 격려한 데 이어 조
만간 경찰서, 소방서, 산업현장 등도 방문할 계획이다. 크리스천인 그는 성탄절인 2
5일에는 인근 교회에서 예배를 본 뒤 견지동 사무실에서 송년 기자간담회를 열어 올
해 대선 행보를 정리하고 신년계획을 밝힐 예정이다. 이밖에 6.3동지회, 사월회, 자
전거동호인모임 등에서 주최하는 각종 송년모임에도 들르고 새해 첫날에는 한나라
당 단배식에 참석한다.
손학규(孫鶴圭) 전 경기지사는 14일 부천 고강동의 생활보호대상자 가구 2곳에
연탄배달을 한 데 이어 24일에는 경기도 연천군의 한 전방 부대에서 장병들과 성탄
예배를 하고 성탄절에는 노숙자 무료배식에 참여한다.
27일에는 서울과 대구에서 대학생 등을 상대로 정치개혁과 민생 살리기를 주제
로 강연하며 새해 첫날에는 동작동 국립묘지를 찾은 뒤 전직 대통령을 포함한 국가
원로들에게 새해 인사를 할 계획이다.
최근 대권도전 대열에 합류한 원희룡(元喜龍) 의원은 새해 첫 날 지지자들과 대
규모 등산행사를 갖고 새해 일출을 함께 지켜보는 일정을 마련했다.
◇고건 전 총리 = 범여권 대선주자인 그는 불우이웃을 챙기면서 서울시장 재직
시절 치적도 자연스럽게 알릴 수 있는 일정을 진행중이다.
불우이웃돕기 일일호프 참여 등으로 연말 행보를 시작한 그는 23일 상암동 월드
컵공원에서 지지자 2천여명과 `희망 한걸음 걷기대회'에 참석한 뒤 인근 고아원을
찾아 과자 선물세트 등을 전달했고 24일에는 외국인고용지원센터를 방문, 외국인
근로자들을 위로했다.
성탄절엔 영등포 쪽방촌을 찾아 독거노인 등에게 쌀을 전달한다. 월드컵공원과
외국인고용지원센터, 쪽방촌의 공공화장실은 모두 고 전 총리의 서울시장 재직시절
작품이다. 그는 1월1일 문민정부 총리 시절 각료들과 김영삼(金泳三) 전 대통령을
방문하는 것도 검토중이다.
(서울=연합뉴스) 이승우 김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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