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흐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과 에후드 올메르트 이스라엘 총리는 23일 양측 간의 평화정착 과정을 진전시키기로 합의했다.
두 지도자는 이날 예루살렘의 올메르트 총리 관저에서 전격적으로 회담을 열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2개 국가로 공존하는 방법으로 팔레스타인 문제를 해결
해야 한다는 원칙에 거듭 공감하면서 그같이 합의했다고 회담에 관계된 양측 관계자
들이 밝혔다.
두 지도자는 요르단의 압둘라 2세 국왕이 지난 6월 노벨상 수상자들과 세계적
명사들을 초청해 개최한 조찬회에서 조우한 적이 있지만 공식 회담을 가진 것은 지
난 5월 올메르트 총리의 취임 이후 처음이다.
이에 따라 두 지도자의 이번 만남이 양측 간의 오랜 분쟁을 해소하는 실마리가
될 지 주목되고 있다.
이스라엘 총리실은 성명을 통해 2시간여 동안 진행된 회담 분위기가 "우호적"이
었다고 평가하면서 두 지도자는 이번 만남이 상호 신뢰를 구축하고 양측의 평화정
착 과정에 좋은 결과를 가져오는 첫걸음이 될 것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밝혔
다.
나빌 아부 루다이나 팔레스타인 수반 대변인은 "오늘 회담에서 여러 가지 현안
들에 관한 합의가 이뤄졌다"며 이날 회담이 앞으로 열릴 일련의 회담의 시작이라
고 말해 압바스 수반과 올메르트 총리의 접촉이 빈번해질 것임을 예고했다.
올메르트 총리는 이날 회담에서 조기 총선 실시 문제를 놓고 하마스와 다투고
있는 압바스 수반을 지원하기 위해 올해 초 총선에서 승리한 하마스 내각 출범 이
후 자치정부에 넘기지 않고 있는 세수 일부를 압바스 수반에게 직접 주겠다는 입장
을 밝혔다.
지난 93년 오슬로 협정에 따라 가자지구와 요르단강 서안에서 팔레스타인인들의
제한적 자치가 시작됐지만 이스라엘은 이들 지역으로 들어가는 물품에 대한 관세
등의 징수권을 지금까지 행사하고 있다. 이스라엘이 이를 악용해 하마스 내각이 들
어선 것에 대한 제재조치로 자치정부에 넘겨주지 않은 세수 총액은 현재 약 5억 달
러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올메르트 총리는 이중 우선 1억 달러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두 지도자는 또 요르단강 서안 지역 곳곳에 설치돼 있는 이스라엘 검문소 가운
데 팔레스타인 주민들에게 큰 불편을 주는 일부 검문소를 이전하고, 지난달 26일 가
자지구에서 발효된 휴전합의를 요르단강 서안 지역으로 확대하기로 원칙적인 합의
를 봤다고 압바스 수반의 고문인 사이브 에레카트가 전했다.
두 사람은 이와 함께 양측의 분쟁을 키우는 요인이 돼 온 포로 교환 석방 문제
를 논의할 공동위원회를 구성키로 합의했다.
이스라엘은 지난 6월25일 하마스 계열 무장단체인 이제딘 알-카삼여단 등 3개
팔레스타인 무장조직이 가자지구 남부에서 포로로 잡아간 길라드 샬리트 상병을 구
출하기 위한 군사공격을 감행해 수 백 명의 팔레스타인인을 숨지게 했지만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팔레스타인 민병조직은 샬리트 상병 석방 조건으로 이스라엘 감옥에 수감된 팔
레스타인인 9천여 명 가운데 미성년자, 부녀자 및 장기 수감자를 중심으로 1천200
여 명을 풀어줄 것을 요구했으나 이스라엘은 샬리트 상병이 먼저 석방돼야 한다고
맞서 왔다.
이와 관련, 미리 에이신 총리실 대변인은 샬리트 상병이 석방돼야 팔레스타인
수감자들을 풀어주는 게 가능하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 해 하마스가 공동위에 참
여 하지 않을 경우 포로 교환 석방 논의가 공전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이번 회담을 올메르트 총리의 압바스 수반 지원 용이라고 분석하
면서 이스라엘을 인정하지 않는 하마스 내각과 대립하는 압바스 수반이 회담에 따
른 혜택을 볼 지는 두고 봐야 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카이로=연합뉴스) 박세진 특파원
parksj@yna.co.kr
http://blog.yonhapnews.co.kr/medium90/
ⓒ 미디어워치 & mediawatch.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