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자회담이 아무런 성과없이 끝나면서 취재진의 관심은 북한의 입장에 쏠렸다. 회담 개막 이래 한 번도 브리핑이나 회견이 없던 북한이 미국에 대해 강력히 성토할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북한 수석대표인 김계관 외무성 부상의 회견은 예상보다 차분하게 진행됐다. 물론 미국의 대북 적대시정책 포기를 촉구하고 자신들의 핵무기 개발 정당성을 강조하기는 했지만 그 수위는 지금껏 들어오던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특히 김 부상은 민감한 질문에도 신중한 태도로 답해 필요 이상으로 다른 나라들을 자극하는 언사는 삼가는 인상이었다. 그런 그의 태도가 가장 확실하게 드러난 부분은 2차 핵실험 여부를 묻는 질문에
답하면서다. 혹시나 돌발발언이 나오지 않을까 모든 눈이 그의 입에 쏠렸지만 그는 차분하게 "미국은 지금 대화와 압력, 당근과 채찍을 병행해 나가고 있습니다. 이에 우리는 대화와 방패로 맞서고 있습니다. 방패라는 것은 우리의 억지력을 더욱 향상시킨다는 것입니다"라고 답했다.
즉답은 피한 채 원론적 차원에서 가능성만 열어놓은 능수능란함이 묻어났다는 평가다.
외교관으로서 그의 수완은 카운터파트인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도 어느 정도 인정하는 부분이다. 힐 차관보는 김 부상에 대해 "베터랑 협상가로 경험이 많으며 그와 비교하면 나의 경험은 일천하다"면서 "그는 우리가 논의해 온 이슈들에 대해 합의를 볼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평가했다.
한국 대표단 관계자도 "미국 입장에서 보면 어떨 지 모르지만 김 부상은 차분하
면서도 논리적으로 북한측 입장을 대변하는 것이 매우 인상적이었다"고 촌평했다.
= 일부 기자들, 힐에게 크리스마스 카드 전달 =
0...특별한 성과없이 워싱턴으로 돌아가야 하는 힐 차관보의 손에 의미있는 선물이 쥐어졌다.
공식 일정을 모두 마친 뒤 숙소인 궈지쥐러부(國際俱樂部) 호텔에서 회견을 가진 힐 차관보에게 기자들이 크리스마스 카드를 전달한 것.
중국 CCTV 여기자가 주도해 10여명 기자가 서명한 카드에는 `그동안 보여준 인내심과 유머에 감사드린다'란 문구가 적혀있었고 회담 결과에 실망했을 법한 힐 차관보의 얼굴이 활짝 펴졌다. 하지만 어느 때보다도 '워싱턴 수뇌부'의 지지와 성원을 받으며 협상에 나선 이번 회담에서 구체적 성과를 거두지 못함에 따라 향후 그의 입지가 약화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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