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위원회가 22일 서울증권[001200]에 대한 유진기업[023410]의 지배주주변경을 승인함에 따라 혼전 양상을 보여온 서울증권 인수전이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서울증권 인수를 놓고 유진기업과 경합을 벌여온 한주흥산이 금융감독 당국의
승인 심사 결과 발표 직전, 심사 과정의 불공정성을 문제삼으며 지배주주변경 신청
을 철회하면서 수 개월째 끌어온 팽팽한 대치 국면이 급격한 반전을 맞게 됐다.
◇ 유진기업 인수전 '승기' = 단독 지배주주변경 승인을 받음에 따라 유진기업
이 서울증권 인수전에 일단 승기를 잡은 것으로 풀이된다.
증권업계에서는 최대 고비로 여겨졌던 금융감독 당국의 지배주주 승인과 경쟁사
인 한주흥산을 따돌리는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함에 따라 유진기업이 서울증권 인수
전에서 칠부능선을 넘어섰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우선 유진기업은 강찬수 서울증권 회장과 지난 7월 체결했던 매매계약에 따라
강 회장의 보유 지분(4.9%)과 미행사 스톡옵션 물량(2.05%) 인수 작업을 마무리할
것으로 보인다. 이럴 경우 유진기업의 서울증권 보유 지분은 현재 4.84%에서 11% 이
상으로 늘어나게 되며, 이후 추가적인 지분 매입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유진기업은 증권사의 지배주주가 될 경우 금감위의 사전 승인을 받도
록 의무화한 개정된 증권거래법에 따라 현 최대주주인 강 회장의 보유 지분 이상으
로 지분을 취득할 수 없었으며, 강 회장과 지배주주 승인을 전제로 한 조건부 지분
매매계약을 체결한 상태에서 지난 7월 말 지배주주변경 승인 신청을 냈었다.
유진기업 관계자는 "지배주주 승인이 났지만 당초 계획과 크게 달라질 것은 없
기 때문에 예정된 절차와 수순에 따라 서울증권의 지분 확보와 경영권 인수 작업을
진행할 것"이라며 "다만 시장에 과도한 기대감을 조성해 선의의 피해자가 생기기 않
도록 조심스럽게 작업을 진행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시장 영향을 이유로
구체적인 지분 매입 계획은 공개하지 않았다.
서울증권도 혼전 양상을 보였던 경영권 분쟁이 진정될 조짐을 보이면서 안도하
는 분위기다.
서울증권 관계자는 "그동안 회사 매각 문제가 교착 상태에 빠지면서 크지는 않
아도 직원 채용 등 일부 경영에 영향이 있었다"며 "지배주주 승인을 계기로 경영이
다시 안정을 찾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어 "유진기업에 지배주주 승인이
남에 따라 계약에 따라 지분 매각이 순조롭게 진행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 남은 변수들 = 그러나 한주흥산의 추후 대응을 비롯해 서울증권 5% 주주인
장세헌 제일진흥 회장과 피델리티펀드, 서울증권 노조의 반발 등 변수들이 남아 있
어, 유진기업이 실제로 서울증권 지배주주로서의 지위를 굳히고 경영권을 장악하기
까지는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들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한주흥산이 보유 지분(4.96%)을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따라 유진기업의 서
울증권 인수가 순항할 수도, 혹은 난항을 겪을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시장 일각에선 금융감독 당국의 지배주주승인 심사가 진행되는 동안 유진기업과
한주흥산 사이에 출혈 경쟁을 막기 위한 물밑 접촉이 있었던 점을 들어 한주흥산이
보유 지분을 유진기업에 매각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점치고 있다. 양사에서는 아
직 내부적으로 검토된 바 없다며 말을 아끼면서도 협상 가능성은 열어두는 모습이다.
한주흥산 관계자는 "지배주주승인 신청을 철회했지만 보유하고 있는 서울증권의
지분을 당장 처분할 계획은 없고 호흡을 길게 갖고 상황을 지켜보겠다"며 "시장 일
각에서 우려하듯 지분을 장내에서 매각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진기업 관계자는 "한주흥산에서 협상 제의가 들어온다면 마다할 이유가 없다"
며 "추후 경영진의 판단에 따라 한주흥산의 보유 지분을 인수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한주흥산이 지분을 매각하지 않은 채 경영 간섭 등 독자 행보를 지속할
경우 유진기업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양사의 지분 경쟁 과정에서 등장한 장세헌 제일진흥 회장과 피델리티펀
드도 유진기업으로선 넘어야할 장애물이다. 4.99%를 보유한 장 회장은 앞서 한주흥
산과 우호적인 관계를 맺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유리한 조건을 제시하는 쪽에 지분
을 넘길 수 있다는 입장이다.
반면 이번 주 5.20%의 지분을 신고하면서 등장한 피델리티펀드의 경우 아직 공
개적인 입장 표명을 하지 않고 있지만, 경영권 분쟁을 이용해 차익을 노리는 '알박
기' 전략을 구사할 가능성이 있어 유진기업의 부담을 늘릴 수도 있다.
아울러 강 회장의 경영권 매각 시도 자체에 반대하고 있는 서울증권 노조의 반
발을 어떻게 무마하느냐도 서울증권과 유진기업이 함께 풀어야할 숙제다.
◇ 한주흥산vs금감원 '잡음' = 한주흥산이 서울증권 지배주주승인 심사를 4개월
이상 지연한 것과 관련 지배주주 승인 심사가 유진기업에 유리하게 편파적으로 진행
됐다며 금융감독 당국에 화살을 돌리면서 서울증권 인수전의 잡음이 커지고 있다.
한주흥산은 전날 보도자료를 통해 "금융감독원이 결격 사유가 없었던 한주흥산
에 대한 지배주주승인을 먼저 내주지 않고 유진종합개발에 대한 검찰의 수사 결과
를 기다렸다 승인 안건을 처리한 것은 유진기업의 편익을 봐주기 위한 것으로 중립을
지키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금감원은 "당초 한주흥산에 대해선 '승인' 결정을 내리는 대신 유진
기업은 '승인유예' 결정을 내릴 예정이었지만, 검찰에서 유진종합개발 문제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통보해옴 따라 결격사유가 해소돼 규정에 따라 승인을 안 해줄 수
없었다"며 절대 중립을 지켰다는 입장이다.
검찰은 유진기업이 지난해 합병한 유진종합개발의 주식 거래와 관련 위법 유무
를 조사해오다, 금감위가 지배주주승인 심사 결과를 발표하기 직전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시장 주변에선 금감원이 신중을 기하기 위해서였다고는 하지만 통상 2개월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됐던 승인 심사를 4개월 이상 지연하면서 중립성 시비를 자초했다
는 지적이 일고 있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선 당초 공동 승인 방침이 내려진 줄 알면
서도 절차상의 문제 들어 지배주주승인 신청을 철회한 한주흥산에 대해서도 애초부
터 서울증권 인수 의지가 희박했던 것 아니냐는 따가운 시선을 보내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이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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