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절상에 따른 수출업체들의 선물환매도의 여파로 금융기관의 단기 외화차입이 급증하면서 지난 3.4분기말 우리나라의 단기외채가 사상 처음으로 1천억달러를 넘어섰다.
이에 따라 총 외채대비 단기외채의 비중은 외환위기 당시와 비슷한 수준인 43.3
%에 달해 금융시장의 교란 가능성 등에 대한 우려가 일고 있다.
22일 재정경제부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단기외채(만기 1년 미만)는 지난 3.4분기
말 현재 1천80억달러로 2.4분기말 948억달러보다 131억달러, 작년 말 659억달러보다
는 421억달러가 각각 증가하면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장기외채는 비거주자의 국채투자나 기업의 선박수출 선수금 증가 등으로 전분기
말보다 61억달러 늘어나면서 9월말 현재 1천414억달러로 집계됐다.
이에 따라 총 대외채무는 전분기 말보다 193억달러 증가한 2천494억달러에 달했
다.
총 대외채권은 전분기 말보다 101억달러 늘어난 3천460억달러였으며, 총대외채
권에서 총 대외채무를 뺀 순 대외채권은 966억달러로 전분기말 1천58억달러보다 92
억달러 줄었다.
단기외채의 급증으로 인해 총 외채중 단기외채가 차지하는 비중은 3.4분기말 현
재 43.3%에 달해 외환위기 직전인 1997년 9월말의 45.4%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상승
했다.
단기외채 비중은 2004년말 32.7%에서 지난해 말에는 34.7%로 높아졌고 올들어서
는 지난 2.4분기말 41.2%를 기록하는 등 최근 들어 급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대외 지급능력을 나타내는 외환보유액 대비 유동외채(단기외채+잔존만기 1년이
내의 장기외채) 비율은 작년말 41.5%에서 3.4분기말 57.8%로 급상승했고, 외환보유
액 대비 단기외채 비율도 31.3%에서 47.3%로 높아졌다.
재경부는 증가하고 있는 단기외채의 대부분이 은행 차입이며 특히 외국은행 국
내지점이 57%를 차지한다고 밝혔다.
이같은 단기외채의 급증은 최근 지속적인 원화의 절상추세에 따라 조선업체 등
국내 수출업체들이 장래 수출대금을 미리 외환시장에서 매도하는 선물환 매도가 늘
어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
국내 은행들은 이를 매입한 뒤 리스크 헤지를 위해 현물환 매각 자금을 해외에
서 단기로 차입하고 있으며, 저금리의 외화대출 수요가 늘면서 은행들이 재원 마련
을 위해 해외 차입을 늘린 것도 단기외채 증가를 부채질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경부는 단기외채의 구조나 대외지급능력 측면에서 위기발생 가능성은 낮은 것
으로 파악됐으나 우리나라의 신용평가 등에 부정적인 요소로 작용할 수 있으므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허경욱 재경부 국제금융국장은 "과거 외환위기 때도 금융기관들이 단기로 빌려
와서 장기로 빌려줬다가 단기자금이 일시에 빠져나가면서 미스매치가 발생해 위기
발생의 단초가 됐었기 때문에 이 부분을 점검하는 데 주력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권오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도 최근 가진 한 강연에서 금융기관의 외화대
출 증가를 금융시장 불안요인중 하나로 지적하면서 "금융기관들이 외화대출 증가
와 관련해 미리 환리스크 및 외화유동성 관리 강화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재경부는 10-11월 선물환 매도규모가 약 50억달러 정도 감소하는 등 최근 들어
단기외채의 증가세가 완화되고 있다면서 앞으로 시장 참여자들의 원화절상 기대심
리를 불식하는 한편 금융기관들에 대한 건전성 감독을 강화해 단기외채 축소에 만
전을 기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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