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작전통제권(전작권) 논란과 관련, 전직 국방장관 등을 비난했던 노무현 대통령의 21일 발언에 따른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예비역 장성들의 모임인 성우회는 22일 서울 송파구 잠실동 성우회 사무실에서 긴급 회장단 회동을 갖고 노 대통령의 발언에 대한 대책을 숙의했다.
공군참모총장을 역임한 김상태 성우회장은 이날 회의에서 노 대통령의 언급을 `중대발언'이라고 규정한 뒤 "역대 국방장관을 비롯한 군 원로들은 국가안보를 위해 한평생을 바친 분들인데, 대통령 말씀에 나 역시 착잡한 마음으로 밤잠을 자지 못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김 회장은 "역대 국방장관이나 각군 총장, 연합사 부사령관을 역임한 분들도 마음이 착잡할 것"이라며 "어제 저녁에 저처럼 잠 못 이룬 사람이 굉장히 많았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노 대통령이 전작권의 실질적 내용에 대해 제대로 이해를 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한미연합사령관은 비록 미국사람이지만 우리 대통령의 부하라고 생각해야 하고, 그(한미연합사령관)가 마음대로 전쟁을 할 수도 없다"고 지적했다.
한미연합사 부사령관을 역임한 정진태 부회장은 "우리는 지난 30여 년간 산업화와 정치발전, 이를 바탕으로 민주화를 이뤘다"며 "왜 그것을 창피한 역사로 매도해야 하고, 앞으로도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이뤄야 할 중차대한 과제가 많은데 우리를 도와준 동맹국을 매도해도 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 부회장은 "지금 단독으로 국방을 하는 나라는 아무도 없으며 전작권도 유사시 한미가 합의를 통해서 행사하도록 돼있기 때문에 우리의 주권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지적했다.
노 대통령이 병사들의 복무에 대해 `군대에 가서 몇 년씩 썩히지 말고..'라고 언급한 데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이정린(전 국방차관) 성우회 정책위의장은 "대통령의 깊은 뜻이 있겠지만 신성한 국방의 의무를 하는 사람들이 상당히 섭섭하게 느끼지 않았을까 우려된다"며 "군의 사기가 떨어지지 않도록 (청와대) 보좌관 등 그런 분들이 추가적인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국방연구원장을 지낸 송선용 사무총장도 "너무 쇼킹하다"며 "국민들로부터 오해를 살 수 있는 만큼 역대 국방장관과 각군 총장 등의 의견을 모아서 거기(발언)에 대한 해명을 하도록 준비할 것"이라며 사실상 청와대측의 해명을 요구했다.
안병태 부회장도 "국민의 신성한 의무를 썩는다고 표현한 것은 대단히 잘못된 것이고 노병들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며 "국민에게 어떻게 그렇게 설명을 할 수 있느냐"고 얼굴을 붉혔다.
이날 회의에는 김상태 회장을 비롯해 정진태, 안병태, 이광학 부회장, 장창규, 남정명 감사, 송선용 사무총장, 이정린 정책위의장 등 총 8명이 참석했다.
(서울=연합뉴스) 이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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