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21일 "군대에서 썩지 않고 직장에 빨리 가고 결혼을 빨리 하는 제도를 개발하고 있다"는 내용의 발언을 한 것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대선을 꼭 1년 앞두고 바닥으로 떨어진 노 대통령 자신과 열린우리당의 지지율
을 일거에 만회하기 위해 징병제에 칼을 대겠다는 뜻이 아니냐는 해석과 추측을 낳
고 있는 것.
노 대통령의 언급은 공교롭게도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인 한나라당 안상수(安商守)
의원이 지난 18일 "노무현 정권은 군 징병제 폐지 연출로 대선판도를 뒤집을 우려가
있다"고 주장한 직후 나온 것이어서 논란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는 형국이다.
노 대통령은 "지금 그 계획을 세우고 있다. 개발하고 있다"고 언급, 실제로 관
련부처 또는 청와대 차원에서 어떤 식이든 징병제도 변화에 대한 연구를 진행중임을
시사한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한반도 분단상황과 인력수급 현실을 잘 알고 있는 노 대통령이 급작스럽
게 모병제로 전환할 것 같지는 않다는 것이 대체적인 관측이다. 다만 다른 방안을
염두에 둔 발언일 수는 있어 보인다.
실제로 열린우리당 일각에서는 현재 24개월인 현역 군 복무기간을 18개월로 단
축하자는 주장들이 심심찮게 나오고 있어, 노 대통령이 이와 유사한 복무기간 단축
이라는 카드를 준비하고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청와대 관계자는 22일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국
방의무나 고학력 때문에 취직 연령이 가장 늦고 출산율도 낮아 이에 대한 대책이 필
요하다는 차원의 원론적인 언급"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해당부처인 국방부의 한 간부도 "그런 문제를 검토하고 있지 않다"면서 "현재
군 인력수급이 어려운 상황인데 당장에 그런 제도를 시행한다는 것은 이르지 않겠느
냐"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서울=연합뉴스) 이상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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