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교포 한인 부부가 노후의 안정된 생활을 위해 아파트를 구입, 리모델링을 하는 과정에서 세입자에게 불법행위를 저질렀다는 이유로 기소됐으나 이들은 오히려 자신들이 피해자라고 반발, 귀추가 주목된다.
로스앤젤레스시 검찰은 21일(이하 현지시간) 오전 기자회견을 갖고 로스앤젤레
스 다운타운 남쪽의 한 아파트 소유주인 이모씨 부부에 대해 세입자의 건강 및
안정을 위협하는 등 모두 34개 항목을 위반한 혐의로 기소했다고 발표했다.
검찰은 리모델링을 통해 더 많은 돈을 받을 수 있는 세입자로 교체하려 강제로
쫓아내려 한다는 기존 세입자들의 진정에 따라 수사에 착수했다면서 "하수 파이
프를 없애고 아이들이 있는 3층의 창문을 뜯어내 추위에 떨게 하는 등 위험에
노출시켰다"고 설명했다.
현재 로스앤젤레스에서는 지난 1978년 이전에 지어진 건물의 경우 연간 임대료
를 4% 이상 올리지 못하도록 하는 '임대료 통제법'이 시행되고 있으며 건물 리모델
링 작업이 벌어지면서 임대료 인상 및 세입자 퇴거 등을 놓고 유사한 사건이 잇따르
는 형편이다.
그러나 이씨 부부는 오히려 자신들이 대책 없는 세입자와 시 공무원들에 의해
피해를 입고 있다고 주장한다.
1904년에 지어진 뒤 한때 장기주거용 호텔로 사용되던 남가주대학(USC) 인근의
20 유닛 짜리 아파트를 작년 9월 구입했다는 이씨는 리모델링을 하려 했지만 세입
자들이 시민운동 변호사와 짜고 이를 막으려 했으며 변호사들은 시 공무원들에게
압력을 행사했다는 것.
이씨는 연합뉴스와 가진 전화 인터뷰에서 "시 공무원들은 나를 꼼짝 못하게 해놓고
는 가지고 놀려 하고 있다"며 "내 자신이 피해자"라고 주장했다.
미국에 이민 온 지 18년째라는 그는 "8세대의 세입자가 남은 가운데 물이 새 고쳐달
라고 해서 공사를 하려 했으나 시에서 중지할 것을 명령했고 창문이 덜렁거린다는
항의에 새 창문을 붙이려고 떼어냈으나 이 역시 중단시키는 바람에 손을 대지 못한
것일 뿐"이라며 "세입자들을 위험으로 내몬 것은 오히려 시 당국이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단전 조치를 취했다는데 나는 전기료를 내지 않은 적도 없고 단전시
키는 방법도 모른다"며 "은퇴 이후를 생각해 건물을 매입했는데 어쩌다 이런 일로
번지고 있는지 답답한 심정이다"고 밝혔다.
이씨는 "현재 로스앤젤레스에서는 아파트를 고급 콘도미니엄으로 전환하는 등
리모델링이 활발히 진행되면서 세입자와의 갈등이 벌어지고 있는데 아마도 건물주들
에게 경고를 주는 의미에서 나를 시범케이스로 삼으려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며 "가능한 모든 대응조치를 취할 것이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씨 부부에 대한 첫 재판은 내년 2월27일로 예정되어 있으며 시 당국은
건물의 안전 위험을 감안, 지난 5일 잔여 세입자들을 다른 곳으로 이주시키고 건물
출입을 삼가도록 권하고 있다.
이들 항목이 모두 인정될 경우 이씨 부부는 항목당 6개월씩 최대 징역 17년형까
지 예상되지만 실제 그럴 가능성은 적으며 약 10만 달러의 벌금이 부과될 가능성도
있다.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장익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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