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 이행조치 = 20일까지 북한이 BDA 해결에 천착함에 따라 초기 핵폐기 이
행조치 및 상응조치를 협의하는 `본라운드'는 진척이 늦어졌다.
때문에 이번 회기 안에 실질적 이행조치 내용에 합의하기는 어렵다는 전망이 21
일 현재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지만 막판 변수가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을
전망이다.
이번 회담에서 북한이 어디까지 핵폐기 조치를 이행할 수 있으며 그 조치에 대
해 무엇을 원하는지는 아직 명쾌하게 드러나지 않았다.
그러나 북한은 BDA 문제 해결을 전제로 걸고 있긴 하지만 초기 이행조치로서 영
변 5MW원자로를 동결하고 동결 확인을 위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을 수용
할 뜻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이번 회담을 계기로 전체 핵폐기 이행조치와 상응조치들을 큰 덩어리 몇
개로 묶어 북한에 제시한 뒤 선택을 요구한 상태에서 북한이 영변 원자로 동결 및
사찰을 수용할 의사를 보였다는 것이다.
그러나 북한이 이 같은 의사를 표시했다고 해서 이 문제가 쉽게 해결될 것으로
보는 시각은 적다. 상응조치를 둘러싼 북한과 나머지 국가들의 견해 차가 상당할 것
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북한은 원자로 동결 및 사찰수용의 대가로 대체 에너지 제공은 물론 9.19 공동
성명에서 `적절한 시기에 제공을 논의할 수 있다'로 정리된 경수로 제공에 대한 명
시적 약속까지 바라고 있다는 것이 여러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그러나 미국 등 관련국들은 북한이 핵무기 6~7개를 만들 수 있는 플루토늄을 보
유한 현 상태에서의 핵시설 동결은 1~2개를 만들 분량에 그쳤던 1994년의 `동결'에
비해 값어치가 크게 떨어진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핵실험 한번 하고나면 플루토늄이 바닥을 드러내게 되는 12년 전과 6~7개의 핵
무기를 만들 플루토늄을 축적하고 핵무기까지 보유한 것으로 추정되는 현 시점에서
의 동결은 `한계 효용' 측면에서 `천양지차'라는 것이다.
때문에 미국은 북한이 그 정도 조치를 이행할 경우 `서면 안전보장'과 `워킹그
룹을 통한 경제 및 에너지 지원 논의' 정도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며 한국과 중국 등
이 거기에 더해 쌀 등 인도적 지원은 제공할 수 있다는 인식을 하고 있다는게 대체
적인 분석이다.
결국 BDA를 넘어서 본격적인 딜에 들어가더라도 양측은 인식차를 좁히는 데 상
당한 진통을 겪을 것으로 보인는 상황인 셈이다.
특히 겨울을 버틸 에너지가 필요한 북한이 중유공급을 요구했을 경우 `동결 대
중유공급'을 담은 제네바 합의를 클린턴 정부가 남긴 짐으로 생각하는 현 미 행정부
가 선뜻 수용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이 때문에 한국과 의장국 중국이 적극적으로 북미간 중재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한중 양국은 우선 미국을 향해 상응조치 수위에 신축성을 보임으로써 일단 최소
한의 합의라도 이끌어 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북한에 대해서는 동결과 사찰만으
로는 값어치가 한참 떨어지기 때문에 추가 조치가 필요하다거나, 동결에 대해 너무
많은 보상을 요구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jh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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