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서민에 대한 금융지원 확대와 불법 대부업 단속 등 사금융에 대한 감독 강화를 골자로 하는 서민금융 활성화 방안을 내놨다.
그동안 서민들의 '돈 수요'에 비해 은행 등 제도권 금융기관의 '공급'은 크게
부족해 신용도가 낮은 서민들은 어쩔 수 없이 고금리를 물어야 하는 불법 대부업 등
으로 몰리면서 피해가 끊이질 않았다.
특히 11.15 부동산 대책 이후 은행권의 대출 규제가 강화돼 서민금융기관 및 대
부업 등으로 자금 수요가 몰릴 가능성이 있는 만큼 서민금융기관의 자금 공급은 확
대하되 불법 대부업 등에 대한 감독은 강화하겠다는 것이 이번 대책의 핵심이다.
◇ 금융기관 '쏠림 현상'에 서민 돈줄 위축
한 민간신용정보회사의 신용등급 분류에 따르면 은행권을 이용할 수 있는 1∼6
등급 계층과 상호저축은행 등 서민금융기관을 이용할 수 있는 7등급 계층을 모두
합하면 2천845만명 가량이 제도권 금융기관에서 대출이 가능하다.
그러나 나머지 564만명 가량으로 추정되는 8∼10등급 고객은 사실상 제도권 금
융기관 이용이 불가능해 대부업 등 사금융시장으로 내몰리고 있다.
문제는 아직도 연 200% 이상의 살인적인 고금리의 불법 대부업체로 인해 서민들
의 피해가 커지고 있다는데 있다.
정부의 대부업 양성화 정책으로 연 66% 이하로 이자율을 제한받는 등록 대부업
체 수는 2002년 2천223개에서 지난 6월말 1만6천367개로 급증했지만 여전히 3만
∼4만개의 미등록 불법 대부업체가 영업중이다.
금융감독원은 사금융 평균 금리는 연 204%로 등록 대부업체는 연 167%, 무등록
업체 금리는 연 230%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1∼7등급에 속하는 고객이라도 은행이나 서민금융기관으로부터 돈을 빌리기는
쉽지 않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일반은행의 대출채권 중 담보대출 비중은 1998년 36.9%에서
지난해 6월 말 48.7%로 급속히 높아졌고 신용대출비중은 51.2%에서 43.2%로 급감했
다.
은행들이 담보를 통해 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안전성 대출을 선호하면서 담보물
이 없는 서민과 비우량 중소기업들은 은행 문턱에서 점차 멀어지고 있는 것이다.
◇서민금융기관 문턱 낮추고 사금융 감독 강화
정부는 이에 따라 이번 대책에서 서민금융기관 및 대안금융기관을 통한 자금공
급을 확대하고 서민금융기관의 건전성과 사금융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하기로 했다.
우선 서민에 대한 '돈 공급'을 확대하기 위해 신용보증 지원을 확대하고 서민금
융기관 중앙회의 자기앞수표 및 자산유동화증권(ABS) 발행 등 신규 업무범위를 넓
혀주기로 했다.
또 금융기관 휴면예금, 휴면보험금 등을 활용해 공익재단을 설립, 이를 금융소
외계층의 창업자금 및 직업훈련 지원 등에 사용하기로 했다.
반면 불법 사금융에 대한 관리.감독은 강화된다.
정부는 사금융시장을 이용하는 서민들을 보호하기 위해 장관급 '대부업 유관기
관협의회'를 구성해 대부업 관리.감독의 총괄기능을 수행토록 하고 검찰.경찰과의
공조로 불법 사금융에 대한 효과적 단속도 추진하기로 했다.
임승태 재경부 금융정책국장은 "서민금융기관에 대한 규제완화로 이들 기관의
자금 조달 비용이 낮아지면 이는 대출금리 인하로 이어진다"면서 "반면 이에 상응해
서민금융기관 및 사금융시장에 대한 관리.감독은 강화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공익재단 설립.대부업 감독강화 실효성 미지수
정부의 서민금융 활성화 방안이 기대 만큼의 성과를 얻을 수 있을 지는 아직 미
지수다.
정부는 휴면예금 출연을 금융기관 자율에 맡긴다는 방침이지만 시중은행들은 이
미 은행연합회 주최로 휴면예금 일괄 환급.이체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특히 30만원을 초과하는 큰 금액을 계좌 주인의 허락없이 사용할 경우 추후 법
적 분쟁의 대상이 될 수 있는 만큼 공익재단 설립은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
이다.
사금융 시장에 대한 규제.감독 방안 역시 실제 추진 과정에서 어려움이 예상된
다.
정부는 '대부업 유관기관협의회'를 구성해 대부업 관리.감독을 총괄토록 하고
금감위와 법무부, 행자부, 재경부, 검찰 등 관계부처가 공조해 일제 단속에 나선다
는 계획이다.
그러나 전국 3만∼4만개에 이르는 불법 대부업체의 실체를 파악하는 것도 쉽지
않은데다 단속을 담당할 충분한 인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오히려 대부업에 대한 단속 강화가 급전이 필요한 서민들의 자금줄을 차단하는
부작용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대부업계 관계자는 "서민들이 대부업으로 몰리는 것은 급전이 필요하기 때문인
데 대부업을 일괄적으로 규제하면 자금줄 차단으로 피해를 볼 가능성이 있다"면서 "
차라리 대부업 이자율을 현실화하고 등록 대부업체에 대한 메리트를 주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박대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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