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자회담에 참가중인 북한은 미국이 요구하고 있는 핵폐기 초기이행조치와 상응조치를 담은 이른바 '공식제안'과 관련, BDA(방코델타아시아) 동결계좌를 해제하면 제안의 일부 조치를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는 것으로 20일 알려졌다.
또 미국이 북한에 제시한 제안은 핵폐기 이행과 관련된 '동결과 신고'에 해당하는 여러 조치(영변 원자로 가동중단, 사찰단 입국 허용보장, 핵관련 프로그램 신고 등)를 두개 정도의 패키지로 묶은 뒤 이를 받아들이면 이에 상응하는 조치도 패키지로 제공하는 방안인 것으로 알려졌다.
상응조치에는 서면화된 체제안전보장과 종전협정 서명, 인도적.경제적 지원 등이 포함돼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미국의 제안에 대한 조건부 수용의사를 밝히면서 핵폐기의 대가로 경수로를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6자회담에 정통한 복수의 외교소식통은 북한이 이날까지 이틀째 지속된 미국과의 양자회동에서 BDA 선결 원칙을 고수하면서도 다소 변화될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 소식통은 북한의 태도는 북미간 BDA 문제에서 진전이 있을 경우 영변 원자로 가동 중단과 사찰 수용 등 일부 사안에 대해 '개방적인 태도'를 보일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고 전했다.
북한은 당초 지난 18일 기조 연설을 통해 '미국이 금융제재 해제 및 9.19 공동성명 이후 시행된 유엔제재 등 모든 대북제재를 해제해야 공동성명의 이행방안 논의를 시작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주장을 한 뒤 '이런 조건이 성숙할 경우에는 현존하는 핵프로그램을 포기하는 논의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북한은 회담 이틀째인 19일 북미 양자회동에서 미국측의 '공식제안'을 설명받고는 '상당한 관심'을 피력하면서 '그런 것을 논의하려면 BDA를 풀어라'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이와 함께 공식제안 내 상응조치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9.19 공동성명을 언급하면서 경수로 제공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앞서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은 18일 기조연설에서 '현존 프로그램을 포기하기 위해서는 경수로 제공과 완공시까지 대체에너지를 공급해주는 것 역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 소식통은 "첫날 백화점식으로 이런 저런 요구를 나열한 것과 비교할 때 논점이 매우 좁혀졌으며 BDA에 대한 북한의 의지를 명확히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의장국 중국 등 6자회담 참가국들은 이날 오후 베이징(北京) 댜오위타이(釣魚臺)에서 3번째 수석대표 전체회의를 열고 당초 21일 오전 회담을 끝내기로 한 일정을 일단 하루 연장, 22일까지 지속하기로 했다.
천영우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회의후 기자간담회에서 "9.19 공동성명 이행방안에 대한 진지한 협의가 계속되고 있어 내일과 모레 이틀동안 회의를 지속키로 했다"고 말했다.
6자회담 참가국들은 이날 오전 북미 회동을 포함, 남북, 한일, 한러 회동 등 주로 양자접촉을 가진 뒤 오후에는 리자오싱(李肇星) 중국 외교부장이 초청한 6개국 수석대표 회동에 참석했으며 이후 댜오위타이에서 6개국 수석대표 회동을 가졌다.
미국의 공식 제안은 의장국 중국과 교감을 거쳐 나온 것으로 알려졌으며 중국은 이번 회담에 이어 내년초 열릴 것으로 보이는 3단계 회의에서 9.19 공동성명을 실무적으로 이행하기 위해 사안별로 4~6개의 워킹그룹을 구성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북미 양측은 이날 베이징 북한대사관에서 오전 10시(현지시간)부터 4시간여 동안 2차 BDA 실무회의를 열어 현안에 대해 절충을 벌였으나 이견을 해소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이 자리에서 조속한 계좌동결 해제를 촉구했지만 미국측은 그동안 진행돼온 BDA에 대한 재무부 조사경과를 설명하면서 위폐 및 돈세탁 문제에 대한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측은 또 `돈세탁 우려 대상'으로 지정된 BDA에 대한 재무부의 후속 조치 계획을 언급하고 마카오 당국이 취한 BDA내 북한 자금 동결 조치를 풀려면 북한이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할지에 대한 의견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미 양측은 차기 BDA 회의를 다음달 미국 뉴욕에서 개최하기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측 BDA 실무회의 수석대표인 대니얼 글래이저 재무부 부차관보는 회의를 마친 뒤 "생산적이고 유익한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불법금융 거래 사안에 대해 초점을 맞추기 시작해야 할 것"이라며 "우리는 그것을 하길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연합뉴스) 이우탁 기자
lwt@yna.co.kr
ⓒ 미디어워치 & mediawatch.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