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교사가 숙제를 해오지 않은 학생 2명에게 혈서 등을 쓰도록 해 교육당국이 진상조사에 나섰다.
20일 전북 군산교육청과 S초교에 따르면 6학년 A(여.25)교사는 지난 5일 2교시 수업시간에 숙제를 자주 해오지 않는다는 이유로 B(13)군과 C(13)군에게 혈서 또는 반성문을 쓰거나 교실청소를 하라고 지시했다.
A교사가 이런 지시를 한 뒤 쉬는 시간에 밖으로 나가자 이들 2명의 남학생들은 연필깎이 용 칼로 자신들의 오른쪽 검지 상단 부분을 0.5㎝가량 그었다.
이를 지켜보던 33명의 급우들이 비명을 지르고 복도로 뛰어나가자 이들 학생은 혈서를 쓰지 않고 곧바로 보건실로 가 응급 치료를 받았다.
이 때문에 교실은 한순간에 아수라장이 됐고 일부 여학생들이 크게 놀랐다.
A교사는 보건교사로부터 연락을 받고 뒤늦게 상황을 파악했으나 이날까지 교장 및 시 교육청에 보고하지 않은 것은 물론 해당 학생의 부모에게도 제대로 연락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A교사는 이날 "깊이 반성을 하라는 뜻에서 혈서 혹은 반성문을 쓰든지, 청소를 하라고 말한 것은 사실이지만 혈서를 쓸 줄은 꿈에도 몰랐다"면서 "아무 생각 없이 함부로 말한 것에 대해 진심으로 후회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들 학생은 거의 숙제를 하지 않아 여러번 주의를 줬는데도 말을 듣지 않았으며 방과 후에 숙제를 마칠 것을 지시했으나 매번 집으로 도망갔다"면서 "평소 반성문을 많이 쓴 이들이 반성문 쓰기나 청소하기가 지겨워 손을 그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보건교사는 "당시 아이들의 손가락에 약간의 피가 묻었지만 심한 상태는 아니었다"면서 "곧바로 지혈을 시킨 뒤 담임교사에게 연락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학부모들은 "학생들에게 혈서를 강요하는 교사가 교육자로서 자질이 있느냐"면서 "아무리 숙제를 하지 않는다고 그렇게까지 할 수 있느냐"며 분개했다.
학부모들의 반발이 거세자 군산교육청은 이날 오후 긴급 조사반을 구성, S초교에서 진상 조사를 벌이고 있다.
군산교육청은 "정확한 경위를 파악한 뒤 A교사에 대한 징계 여부를 결정키로 했다"면서 "사안이 중대하다고 판단되면 담임을 맡지 못하도록 하는 등 곧바로 행정조치를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 6월 이 학교 1학년 담임 D교사는 수학성적이 떨어졌다는 이유로 5∼6명의 1학년 학생을 교단으로 불러내 손으로 뺨을 마구 때리고 책을 머리에 던져 문제가 불거지자 결국 교단을 떠났다.
당시 D교사의 과도한 체벌은 우연히 학교에 들른 학부모가 휴대전화로 직접 동영상을 찍어 유포하는 바람에 사회문제화 됐었다.
(군산=연합뉴스) 홍인철 기자
ichong@yna.co.kr
ⓒ 미디어워치 & mediawatch.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