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 사회 곳곳에서 강하게 불고 있는 '여풍(女風)'은 농업 분야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농가 인구 가운데 여성의 비중이 절반에 이르고 여성의 농가 소득 기여도 역시
남성과 비슷함에도, 사실 지금까지 여성 농업인은 제대로 농업의 주체로 인정받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제 점차 그 여성 농사꾼들이 제 목소리를 내며 참신한 아이디어와 개
척 정신으로 농촌 개혁을 주도하고 있다.
여성 농업인의 성공 이야기와 경영 비법 등을 담아 농림부가 펴낸 책, '여성농
사꾼의 유쾌한 성공 이야기'에 실린 몇 가지 사례를 소개한다.
◇ '버섯에 미친 여자'..새송이버섯 하나로 매출 36억
새송이버섯 농장 '머쉬하트'의 김금희 대표는 71년생인 젊은 여사장이다.
김 대표가 대학 재학 시절의 버섯 연구 경험을 바탕으로 지난 2000년 새송이버
섯 사업에 뛰어들 당시만해도 기르는 버섯은 주로 느타리나 팽이였고, 새송이는 이
름조차 생소해 사업성이 불투명했다.
그러나 그녀는 새로운 분야를 개척한다는 생각으로 1억원을 투자, 안성에 200평
규모의 조그만 하우스를 짓고 버섯 재배를 시작했다. 가락동 농수산물 시장을 수도
없이 드나들며 상품에 대한 반응을 살피는 한편 '클린 룸' 재배 방식과 저온재배법
을 도입, 씹는 느낌이 좋고 보관 기간도 긴 버섯 재배에 성공했다.
2000년 이후 매년 농장이 하나씩 늘어 이제 머쉬하트는 연간 매출액 36억원, 83
명의 직원을 둔 중견 기업으로 성장했다. 5개의 농장에서 생산하는 새송이 버섯은
하루 4.6t, 한 해 1천380t에 이르며 지난 3월에는 6번째 농장까지 착공했다.
"농업에 첨단과학이 도입돼야만 미래가 있다"고 강조하는 김 대표는 현재 호서
대에서 새송이버섯 관련 박사학위 논문을 준비하며 끊임없이 공부하고 있다.
◇ 운동권 학생에서 여성농업인센터 대표로
임덕규 전북 부안 여성농업인센터 대표는 서울대 영문학과 1학년 재학 시절 '건
대항쟁'으로 구속되고 3학년 때 전대협 농민분과장을 맡아 수배자 명단에까지 올랐
던 운동권 출신이다.
임 대표는 농업에 인생을 걸기로 마음 먹고 16년전 남편과 부안에 자리를 잡았
다. 임 대표 부부는 이후 벼와 콩, 보리, 밀 등 온갖 논.밭 농사를 다 경험했고 지
금은 주민들과 함께 약 200ha의 논에서 '우렁이 농법'을 비롯한 친환경 벼 재배 농
법을 시험하고 있다.
또 임 대표는 지난 2002년 부안에 여성농업인센터를 열었다. 이 센터는 지역 아
이들의 보육시설이자 공부방이며 부부.고부 갈등을 털어놓는 상담기관 역할까지 하
고 있다.
최근에는 날로 늘어가는 외국인 이주 여성들을 위해 매우 일요일 '한국어교실'
프로그램까지 개설했다.
뿐만 아니라 이 센터는 '우렁이 잡기' 등 도시 농촌 교류 행사도 진행하면서 직
거래 도시 고객까지 확보하며 지역 주민들의 소득에도 도움을 주고 있다.
◇ 강원도 산골마을을 꿀이 흐르는 땅으로
박영애 강원도 정선 부연동 영농조합 작목반장은 26년간의 노력으로 외딴 산골
마을을 꿀이 흐르는 땅으로 바꿨다.
전직 간호사였던 박 반장은 26년전 남편, 세 아이와 함께 대구를 떠나 부연동에
들어온 뒤 수 년 동안 나무와 들풀을 심었다. 벌들이 꿀을 채집하기 좋은 환경을 만
들기 위한 것이었지만, 주변 사람들은 제 땅 내 땅 가리지 않고 씨 뿌리고 나무만
심는 부부를 두고 '미쳤다'며 수군거렸다.
그러나 이후 박 씨 부부가 벌집을 나눠줘 지금까지 주로 감자와 옥수수를 재배
하던 부연마을 18가구 가운데 14가구가 양봉업을 겸하게 됐고, 마을 전체가 꿀로
올리는 소득이 연간 6억원에 이르게 됐다.
남편을 간암으로 잃은 뒤에도 박 반장은 영농조합을 이끌며 양봉업에 매진했다.
결국 최근에는 천연항생제인 프로폴리스가 첨가된 꿀을 개발, 같은 양의 토종꿀
보다 두 세배 비싸게 팔고 있다.
◇ 대나무 숯으로 연 매출 100억원
박득자 을지앤택 대표는 우리나라에 대나무 숯을 도입하고 대중화한 장본인이다.
박 대표는 남편과 함께 지난 96년 경남 남부 임업시헙장에서 대밭을 만들고 대
나무 숯을 개발했다. 사업 초기에는 주변 사람들의 반응도 신통치않았고 대나무를
태울 때 나오는 많은 연기로 주민들의 항의도 받는 등 어려움이 컸다.
그러나 지난 98년 박 씨의 대나무 숯 개발이 방송을 탄 뒤 진로와 미네랄 소주
제조에 사용할 대나무 숯 공급 계약을 맺게 되면서 사업은 성공 궤도에 올랐다.
이후 '대나무 활성탄 에세 순 담배'를 내놓은 KT&G에 필터용 대나무 숯을 공급
하면서 생산 규모는 더욱 커졌다. 현재 을지앤택의 연간 매출은 100억원에 이른다.
박 대표는 국내 시장에서 확고부동하게 자리를 잡은 뒤 숯 하나로 세계시장에까
지 도전할 준비를 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신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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