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내 통합신당파와 당 사수파간의 대립이 감정싸움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당 사수파인 `혁신모임' 소속 신기남(辛基南) 의원은 20일 MBC 라디오 `손석희
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민주당과 한나라당, 개혁세력이 모여 만든 전국정당
인 우리당이 다시 민주당으로 돌아가려는 것은 과거로의 회귀"라고 주장했다. `통합
신당은 지역정당, 분열신당'이란 논리다.
친노그룹이 주축이 된 혁신모임은 21일 워크숍을 열고 내년 2월 전당대회 개최
와 관련된 대응 전략을 논의할 계획이다.
혁신모임 일각에선 최근 통합신당파의 주장에 동조하고 있는 비상대책위원회에
대해서도 공격을 강화하자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의원은 "김한길 원내대표가 원내 운영뿐 아니라 당의 혼란에 대해서도 책임
이 막중하다"며 "공식적으로 문제제기를 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고 전했다.
그는 특히 김 원내대표와 이강래(李康來) 의원이 차기 의장과 원내대표 자리를
노리고 있다는 소문을 언급하면서 "내부적으로 여러가지 `분탕질'을 하는 게 김한길
원내대표와 이강래 의원의 작품이 아니냐는 말도 있다"고 전했다.
통합신당 창당을 주장하고 있는 김근태(金槿泰) 의장에 대한 정체성 문제도 제
기됐다. 한 중진의원은 연합뉴스 기자와 만나 "통합신당파가 주장하는 중도신당은
사실상 우리당내 개혁세력과의 결별을 의미하는 것인 데 개혁세력으로 자처하는 김
의장이 동조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신당파도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통합신당운동을 주도하는 초선
의원은 대통령 측근인 안희정(安熙正)씨가 전날 "원칙 없이 당을 깨자는 것과 싸울
것"이라고 발언한 데 대해 "원칙은 국민이 판단한다"며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명분 없이 당만 지키자는 거냐"고 비판했다.
김원기(金元基) 문희상(文喜相) 유인태(柳寅泰) 의원 등 노무현(盧武鉉) 대통령
과 가까운 중진들이 신당 창당 움직임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는 데 대한 비판도 제
기됐다. 한 의원은 "정계은퇴를 선언해야 할 분들이 오히려 통합신당을 방해하는데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정체성에 대한 공격을 받고 있는 김근태 의장도 이날 비대위 회의에서 "실패를
합리화하거나 한줌도 안되는 기득권을 주장해서는 안된다"며 "불안을 가중시키는 일
체의 논쟁은 상황 극복에 아무 도움이 안된다"고 강조했다.
긴장감이 고조되는 가운데 물밑에선 대화도 시도되는 모습이다. 통합신당파인
양형일(梁亨一) 의원은 "합리적이고 이성적으로 전대를 치르기 위해선 대화의 장이
필요하다"며 "친노그룹인 김형주(金炯柱) 의원에게 `만나서 이야기를 해보자'고 제
안했다"고 소개했다.
그러나 이미 감정의 골이 깊이 패인 상태이고 전대에 대한 입장도 크게 차이가
나기 때문에 이 같은 시도가 성과를 거둘지 여부는 불투명하다는 분석이다.
통합신당파인 전병헌(田炳憲) 의원은 "2월 전대에서 통합수임기구를 구성하고
늦어도 4월까지는 새로운 대안 세력의 틀을 국민에게 제시해야 한다"며 "정파적 이
해관계나 소영웅주의에 휩싸이지 말고 모두가 함께 길을 가야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친노성향 의원은 "당을 지키겠다는 사람이 있는 데 당의 해산을 전제로
한 통합수임기구 구성이 가능하겠느냐"며 "가출하면서 집문서까지 들고 나가겠다는
속셈"이라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고일환 류지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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