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의원입법안에 의견 반영 "형사정책적 판단 넣어야"
법원 "개인 인신 구속을 어떻게 일률적으로 정할 수 있나"
김성호 법무장관이 최근 구속영장 발부 기준을 확대하거나 명확하게 하는 것을 골자로 형사소송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혀 한미자유무역협정(FTA) 반대 시위자에 대한 영장 기각 문제로 다시 갈등을 겪고 있는 검찰과 법원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법무부는 의원입법 형태로 국회 계류돼 있는 관련 법안에 정부 의견을 반영하
는
방안과 별도 정부안을 만들어 제출하는 방안 등을 다각도로 검토 중이다.
법무부와 검찰은 불법시위 가담자 등에 대해서는 국민정서나 국가정책 등을 존
중해 영장 발부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반면 법원 등은 법관의 재량권을 침해한다거나 개인 인권 존중 등의 이유로 반
발할 것으로 보여 입법화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 영장발부 사유 확대되나 = 김 장관은 "영장 발부 기준은 도주나 증거인멸의
우려 뿐인데 그 우려가 있느냐 없느냐도 매우 주관적 판단이라고 본다"며 "어떤 기
준으로 명확히 할지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법무부는 정부안을 따로 추진하면 의견 수렴, 입법예고 등의 절차를 밟는데 최
소 6개월이 걸리는 점을 감안해 일단 한나라당 장윤석 의원이 대표발의한 형사소송
법 개정안에 정부 의견을 적극적으로 담는 방안부터 추진할 예정이다.
장 의원이 낸 개정안은 구속 사유에 ▲ 피고인이 다시 죄를 범했거나 범할 우려
가 있는 때 ▲ 피고인이 피해자나 친족의 생명ㆍ신체나 재산에 해를 가하거나 가할
염려가 있다고 믿을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는 때 ▲ 피고인이 사형,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에 해당하는 죄를 범했다고 의심할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때
등을 더했다.
김 장관은 "구속 요건에 사안의 중대성과 재범 위험성, 보복 범죄 가능성 등 구
체적 기준을 넣는 쪽으로 법 개정을 추진하겠다. 이는 재판 때의 양형 기준과 비슷
한 것으로 국민이 알기 쉽게 객관화하겠다는 뜻"이라고 밝혔다.
◇ 불법시위 등은 국민정서 고려 = 법무부와 검찰은 불법시위 가담자나 퇴폐업
소 운영자 등의 경우 구속요건 강화 기준과 별도로 형사정책적 차원에서 영장을 발
부해 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부가 폭력집회ㆍ시위와 관련한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하면서 과격 불법시위는
원천 불허하고 폭력 시위자는 주동자를 포함해 엄격하게 처벌하는 등 강력 대응한다
는 방침을 밝혔는데 법원이 번번이 영장을 기각하면 국가의 영(令)이 서겠느냐는 것
이다.
국가 정책을 반드시 법원이 따라야 하는 건 아니지만 `사안의 중대성'을 판단해
옳은 방향으로 가는 것이라면 국민이 권한을 준 사법부도 국민의 안전을 위한 정책
에는 협조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것.
김 장관도 "가급적 생업을 제한하지 않고 구속을 자제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중
범죄나 사회안전망을 흔드는 범죄까지 불구속 원칙을 내세우는 것은 국민정서에 맞
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면 법원은 재범 위험성과 보복범죄 가능성 등은 지금도 영장 발부 여부에 영
향을 미치고 있으며 구속 기준을 일률적으로 정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법관의 재량
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또 개인의 인신을 구속하는 중대한 문제를 형사정책적으로 판단해 영장 발부 여
부를 결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어서 논란과 갈등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
다.
(서울=연합뉴스) 강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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