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의 대표적 `독설가'인 한나라당 전여옥(田麗玉) 최고위원이 18일 자신의 2년여 정치권 경험을 엮은 책 `폭풍전야'(전 2권)를 출간했다.
전 의원은 책에서 지난 2004년 3월 한나라당 대변인으로 영입된 뒤 탄핵 역풍을
뚫고 이듬해인 2005년 11월까지 대변인으로 활동하며 체험한 정계의 각종 일화 및
박근혜(朴槿惠) 전 대표와 관련된 에피소드 등을 소개했다.
전 의원은 특히 "정치판에 들어와 놀란 것은 기존 이미지를 배신하는 정치인들
이 너무도 많다는 것이었다"며 동료 의원, 특히 소장.개혁파를 향해 특유의 `독설'
을 쏟아냈다.
그는 "참신한 이미지의 모의원은 술독에 빠져 살다시피 했으며 상임위에는 눈도
장만 찍었고 주요당직을 맡았음에도 상의할 일이 있어 찾으면 외국 갔다는 대답이
수시로 나왔다"고 말했고 "인터넷 세대인 것처럼 각인된 모의원은 네티즌과의 실시
간 대화때 쭈뼛거리면서 어리둥절해 하는 사람들에게 '영문타자를 주로 쳤기때문
에 한글타자에는 약하다'고 둘러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수구골통이라고 낙인 찍힌 모의원은 본회의 5분전에 회의장에 도착해
정좌한 채 경건하게 앉아 있고, 뇌출혈로 쓰러진 부인을 20년 가까이 지극정성으로
돌봐온 열부"라며 "식사를 같이 하면 거하게 음식을 시키는 법이 없고 매운탕, 삼계
탕으로 제한선이 있다"고 덧붙였다.
또 17대 공천심사위에서 일한 모 의원에게 들은 이야기라며 "외부인 출입금지인
공천심사실에 젊은 의원 두명이 불쑥 들어와서는 '극우 의원 두명은 당 이미지로 볼
때 안된다'고 말했고 이에 대해 당시 공심위원이었던 이문열 선생이 '극우를 빼자.
그리고 형평에 맞게 극좌도 제쳐야 하는 것 아니냐. 당신 두명도 공천받지 말라'고
하자 얼굴이 흙빛이 돼서 '없던 일로 하자'며 나갔다"고 소개했다.
그는 "소장파는 누렇게 머리를 숙이기 시작한 가을날의 40대이고 개중에는 내일
모레 50대인 사람도 있었다. 무늬만 소장파인 셈"이라며 "그들은 소장파란 브랜드
에 집착, 이름에 걸맞게 정신연령과 정치적 연령을 스스로 낮춰버렸고 열린우리당의
지방캠퍼스 학생처럼 정치활동을 했다"고 비판했다.
전 의원은 작년 6월 '대졸 대통령 발언'으로 물의를 빚었을 때 박근혜(朴槿惠)
당시 대표를 찾아가 "대변인을 그만두겠다. 당과 대표에게 폐를 끼쳐서는 안된다고
생각해서.."라며 참았던 눈물을 흘렸으나 박 대표가 "이겨내라. 인터넷에도 들어가
지 말라"며 조용하고 힘 있는 어조로 만류했다고 전했다.
그는 또 작년 9월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대연정' 제안으로 열렸던 여야 영
수회담때 "박 전 대표가 정부 정책 실패를 조목조목 비판하자 노 대통령은 짜증스
러워 했다"면서 "(노 대통령이) 다음 주제에 관한 수치를 김병준(金秉準) 당시 정책
실장에게 물었고 김 실장이 땀을 훔치며 꽤 두꺼운 파일을 뒤져가며 `2000년도에는...'
이라고 하자 노 대통령은 `누가 그것을 이야기했나. 2010년도지, 아니 그것도 못찾
느냐'며 외부 사람들 앞에서 면박을 주기도 했다"고 공개했다.
(서울=연합뉴스) 추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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