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적용될 주한미군 방위비분담금 1차 협상을 마친 지금까지, 한국 정부는 주한미군의 총 주둔비용은 물론, 당초 미국이 부담하기로 했던 미 2사단 이전비용으로 전용된 방위비분담금의 사용현황과 같은 기초자료조차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밝혀졌다.
외교부는 4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박주선 의원(광주 동구)이 요청한 <주한미군 총주둔비용>에 대한 답변에서 “미측은 주한미군 총 주둔비용 내역을 공개하지 않고 있음”이라면서 협상의 기초자료조차 파악하고 있음을 시인했다.
또한 외교부는 <연합토지관리계획(LPP)에 따른 미군기지 이전 관련 방위비분담금 사용현황>을 묻는 박 의원의 질의에 “지난 2009년부터 방위비분담금 군사건설 분야가 현물지원 체제로 단계적으로 전환되어 왔는 바, 우리측 평가에 따르면 군사건설 분야 방위비 분담금의 많은 부분이 LPP 사업에 사용되어 온 것으로 보인다”면서, “LPP 사업 관련 미국 측 추진사항은 미국 측이 제공한 자료가 부족하여 정확하게 알기 어려운 바, 정부는 미 측에 계속 자료 협조를 요청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당초 미군기지 이전비용은 ‘원인제공자 비용부담’ 원칙에 따라, ‘주한미군의 용산기지 이전은 비용은 한국이, 동두천ㆍ의정부에 위치한 미 2사단 이전비용은 미국 측이 전액 부담한다’고 미국과 합의했다. 그러나 지난 2005년 3월 리언 라포트 당시 주한미군사령관은 미국 의회 세출위원회에서 미군기지 이전비용 80억불을 한국측 예산 53%, BTL(민간업자에 의한 임대건물) 20%, 방위비 분담금 21%, 미국측 예산 6%로 조달할 계획임을 증언한 바 있다.
2008년 10월 23일 국방부 현안업무 보고자료를 보면 주한미군은 당시 1조 1,193억원의 방위비분담금을 집행하지 않고 있었으며, 지난 4월 국방부는 2012년 9월 30일 현재 방위비분담금 중 미집행 군사건설비는 7,611억원으로, 주한미군사령부는 이 돈을 Community Bank의 무이자 계좌에 입금하어 관리하고 있다.
또한 최근 박주선 의원이 공개한 미국 상원 군사위원회의 「해외미군 주둔비용」보고서를 보면, “미국은 연합토지관리계획과 관련하여 약 32억 달러의 비용 대부분을 부담할 책임을 지고 있지만, 미국은 한국이 제공하는 주둔국 지원 대금으로 이 비용의 상당액을 지불할 계획”이라고 적고 있다. 그럼에도 한국 정부는 LPP 사업에 사용된 방위비분담금 사용현황조차 모르고 있는 것이다.
이외에도 외교부는 한국의 방위비분담금의 적정성을 파악할 수 있는 기초자료인 <일본과 독일의 GDP 대비 방위비분담금 지원비율>을 파악하고 있지 못하고 있으며, 그 이유로 “미 국방부는 2004년 이후 '동맹국 공동방위 분담 보고서'를 발간하지 않고 있으며, 일본이나 독일이 구체항목별 연간 지원액을 공개하고 있지 않아 3국간 지원내역의 직접 비교는 불가능”하다고 답변했다.
박주선 의원은 “협상은 입이 아니라 자료로 하는 것이다. 국민의 혈세로 한 해 수천억원의 주한미군 주둔비용을 지급하면서 기초적 자료조차 없는 ‘모르쇠’ 외교부가 협상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 걱정”이라면서, “특히 한미간 협상은 한반도 분단현실과 국력 차이로 인해 동등한 협상이 어렵다는 현실을 감안하면, 정확한 데이터를 기초로 한 논거가 필요하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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