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최초로 선보이는 무인궤도택시인 순천만PRT(Personal Rapid Transit)의 운행여부를 둘러싸고 순천 지역여론이 사분오열(四分五裂)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내년 지자체 선거를 앞두고 지역의 일부 정치세력은 이 문제를 정치쟁점화 시킬 의도도 갖고 있는 듯 하다.
순천시의회 내부 사정은 가관이다.
순천만PRT 운행 여부를 놓고, 의회가 두동강으로 나뉘어 진 것이다.
임종기 의원을 비롯한 순천시의회 행자위 소속 의원들은 순천시와 포스코가 체결한 협약이 무효라고 주장하며 아예 PRT시설을 철거하라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반면 김인곤 의원 등 도시건설위 소속 의원들은 최대한 빠른 시일내 PRT가 운행할 수 있도록 순천시가 협조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시민단체 인사들 역시 순천만PRT에 대해 여전히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PRT문제를 둘러싼 여론의 향방이 누구에게 유불리하게 작용할지를 두고 지역의 정치세력간 '속내' 도 복잡하다.
내년 선거를 앞두고 '순천만PRT'는 조충훈 순천시장을 지지하는 세력과 반대세력간 '뜨거운 감자' 가 된 것이다.
또한 순천에서 국회의원 보궐선거가 치러진다면, 순천만 PRT 문제는 아마도 선거 최대 이슈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PRT 운행여부와 그 결과를 놓고 순천시, 순천시의회,정치인, 시민단체 모두 본인들의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그 입장을 달리할 정황도 여기저기서 감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논란에 앞서 우리는 순천만에 설치되는 PRT는 이 세상 그 누구도 가보지 않은 길이며, 인고(忍苦)의 시간이 필요한 ‘신제품(New Product)’이란 사실을 각인할 필요가 있다.
주지하다시피 '순천만PRT'는 무인 운전이나 자동화 운전을 전제로 하는 '신교통 시스템(新交通System)'으로 세계최초로 선보이는 신상품이나 다름없다. 여지껏 이 세상에 출현하지 않은 혁신적인 교통수단이 순천에서 구현되고 있는 것이다.
신교통 시스템의 가장 오래된 사례로는 1924년 대영제국 박람회장에 설치된 네버 스탑 레일웨이(Never Stop Railway)를 들 수 있다. 지하철 시스템의 대체용도로 제안된 이 시스템은 실제영업에 이르지 못하고 박람회 2년 후에 철거되었다.
그 이후 자동 운전을 갖춘 신교통 시스템의 첫 등장은 미국 탬파 국제 공항에 1971년에 설치되었지만, 이후 본격적인 교통시설로서의 데뷔는 웨스트 버지니아 주 모건타운(Morgantown)의 PRT 프로젝트를 통해서였다.
현재도 운영중인 이 시스템은, 웨스트 버지니아 대학교의 분산되어 있는 각 캠퍼스 시설을 연결하는 것으로, 70량의 20인승 차량을 운용하고 있으며, 13.9km의 영업거리를 가진 노선이다.
하지만 순천만에 선보이는 PRT시스템은 6~8인승 택시개념으로 기존 미국서 운행중인 PRT와는 디자인이나 승차감, 구조물, 노선 등 그 모든 면에서 확연히 다른 제품이다.
미국의 PRT가 시골길을 달리는 완행버스라면 순천만에 선보이는 PRT는 신작로를 달리는 택시라 할 수 있다.
기존 교통수단과는 차원이 다른 순천만 PRT는 무인으로 운행되다보니 안전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고 최첨단 제품이다보니 사전에 무수한 시험과정을 거쳐야 한다.
4.8km구간을 운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요인을 사전에 분석하고 대비책을 마련하며 매뉴얼도 만들어야 한다.
전문가들 말로는, 이런 신제품의 시험운행에 소요되는 기간이 짧게는 6개월 길게는 1년 이상이 소요된다고 한다.
비유하자면, 순천만PRT는 마치 에레베스트 산을 처음 등반하는 것과 같다.
최근에는 세계 최고봉인 에베레스트 산을 정복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을 수도 있다.
정상에 올라가는 등반코스가 충분히 알려져 있고, 어떤 구간에, 어떤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지 정보가 축적되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맨 처음 에베레스트를 정복한 등반가에겐 이는 전혀 다른 문제였을 것이다. 등반코스는 물론이고 등반과정에서 돌출하는 위험요인에 대한 그 어떤 축적된 정보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그 산을 정복하기까지는 그간 무수한 시련과 희생을 치렀을 것이다.
앞서 등반한 분들의 시련과 희생으로 나중에 산에 오른 후배들은 그 만큼의 정보와 자료를 축적할 수 있게 됐다.
마찬가지로 아무도 가지 않은 '순천만PRT' 라는 길을 안전하게 가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언제 어느 때 발생할지 모르는 위험상황을 염두에 두고 미리 대비책을 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쪽에선 ‘PRT를 철거하라’ 는 주장부터, 다른 한쪽에선 운행시기를 앞당겨 줄 것을 요구하는 주장까지, 너무나도 상반된 여론이 여기저기서 난무하고 있다.
언론에선 순천정원박람회 개막에 맞춰 운행을 못했다는 이유로 다그치고 타박을 주기 일쑤지만, 시민단체나 인근 주민들의 반대민원으로 공기가 늦춰진 상황에 대해선 아무런 설명이 없다.
순천만 PRT 개통이 지연되는 데에는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누구도 가지 않은 길을 가는 '순천만PRT'에 격려와 성원을 기대하는 것은 지역정서상 애초부터 무리겠지만, 적어도 지금시점에선 참고 기다리는 것도 필요하지 않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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