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빈단 등 시민단체가 여수시청을 방문,비리도시 규탄대회를 갖고 있다.
여수시가 하급직원 김모씨(47)의 76억대 공금 횡령사건으로 또다시 '비리도시'라는 '오명(汚名)'을 뒤집어 쓰게 됐다.
이번 공무원 횡령 사건이 불거지자 여수 김충석 시장은 대시민 사과성명을 내고 감사 및 회계시스템 개선 등 재발방지대책, 관련자 문책, 횡령액 회수 방안 등을 발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사과를 곧이 곧대로 받아 들일 사람은 이젠 여수시에 아무도 없다. 그 만큼 행정에 불신이 쌓여 있다는 소리다.
도대체 일개 기능직 하급 공무원이 70억원이 넘는 돈을 빼돌릴 동안 주위 동료나 상급자들은 무엇을 하고 있었냐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항간에선 아마도 여수엑스포 추진과정에서도 엄청난 비리가 숨어있을 수도 있다는 얘기가 나돈다.
일개 하급 기능직 공무원이 이 정도로 해먹을 정도라면 윗 선에선 그보다 훨씬 더 많은 돈을 해먹지 않았겠냐는 것이고, 실제로 당연히 그럴 가능성이 높다는 게 세간에 나도는 얘기다.
그래서 항간에는 이번 사건에 대해 공무원들간 조직적인 공범 혹은 동조-묵인 얘기까지 나돌고 있다.
따라서 이 오명을 뒤집어 쓰게 한 관련자들에 대해선 여수시민들이 앞장서 책임을 물어야 한다. 단순히 사과성명만 갖고 끝낼 일이 아니다.
사법기관 역시 문제의 하급공무원의 횡령 행위에 대해 관리감독을 소홀히 한 상급자들까지 직무유기 혐의를 적용해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한다.
왜냐하면 여수시는 위아래가 다 썪었기 때문이다.
주지하다시피 전임 시장인 오현섭 전 여수시장은 시장 재임동안 업체들로부터 뇌물수수와 그로인한 도피행각을 벌인 혐의로 구속, 재판 결과 징역 10년에 벌금 2억원의 형을 선고 받았다.
그는 2007년부터 여수시가 추진했던 이순신 광장 조성사업 등의 공사를 수행하도록 편의를 봐달라는 청탁과 함께 업체들로부터 뇌물수수를 한 혐의로 구속이 됐다.
이뿐만아니라 오현섭 전 전남 여수시장이 받은 뇌물 7억 원을 나워먹은 여수시도 의원들도 의원직을 모두 잃었다. 당시 오 전 시장은 자신의 선거조직원을 통해 2009년 5월부터 1년간 여수지역 시도 의원에게 ‘잘 부탁한다’며 500만∼1000만 원씩을 살포했던 것이다.
"상황이 이 정도라면, 못 챙긴 놈이 오히려 쪼다 아닌가?"
대법원은 지난해 오 전 시장의 선거운동원으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뇌물수수)로 기소된 여수시도의원 11명에게 유죄를 확정했고, 이들 모두는 의원직을 잃었다.
여수시도의원들의 이 같은 무더기 의원직 상실은 대한민국 지방 의정사상 전무후무한 사건으로 회자되기도 했다.
그런 와중에 터진 이번 회계과 기능직 직원의 횡령 건은 이런 비리전력에 휩싸여 있는 여수시의 실태를 다시한번 세상에 드러냈다.
문제는 여수시가 이런 사건이 터질때마다 사과성명만 내고 대충 끝낸다는 점에 있다.
내부에 잠복된 비리척결을 위한 노력은 전혀 없이 재발방지 하겠다는 성명서만 후딱 발표하고 관련자들 징계하고 대충 끝내다보니, 이런 일들이 반복되고 있다.
그러다보니 이런 사건이 불거지면 대개 '들킨 놈'만 재수없는 것으로 치부되고 있다.
그래서 죄목도 '뇌물죄' 가 아닌 이른바 '들킨죄' 라는 말이 회자될 정도다.
이유가 뭘까?
지나친 '온정주의'가 그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지난해 여수시 시도의원들의 재판결과가 나오자 여수시 의정동우회는 성명을 내고 ‘오현섭 커넥션 부정비리 의원들의 사퇴를 촉구한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실었다.
“2심까지 유죄선고를 받은 의원들은 대법원 상고를 당장 철회하고, 의원직을 사퇴하라”
“여수시의회는 시의원들의 부정비리 재발방지책을 완벽히 세우고 비리혐의 의원들에 대한 조치를 내놓으라”
당시 이들의 성명서에 문제의 여수 시도의원들은 선배들이 위로는 해주지 못할 망정 오히려 책망하고 있다며 반발했다. '의정생활 하다보면 돈 좀 받을 수 있지' 이걸 갖고 선배 의원들이 문제 삼는다는 것이다.
비리를 감싸는 지나친 온정주의가 오늘날 여수시를 이 모양 이 꼴로 만들어 놨다.
"여수시의 수장으로서 공직사회의 도덕성이 크게 실추되고 시민 여러분에게 많은 실망과 걱정을 끼쳐드린 점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엑스포 도시' 라는 명예는 사라지고 '비리도시' 라는 오명이 난무하는 여수시, 그런 가운데 김충석 시장의 이런 사과성명은 고장난 녹음기의 태이프처럼 되풀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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