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박근혜 대선 후보가 23일 광주를 찾았다. 광주전남 선대위 출범식에 참석해 선거 관계자들을 격려하기 위해서 방문했다.
박 후보를 보기 위해 이날 행사장을 찾은 사람들은 약 1000여명에 달했다.
박근혜 후보는 인사말을 통해 “생전에 김대중 전 대통령께서 저에게 ‘동서화합이 가장 중요하고 이에 실패하면 다른 것도 성공하지 못한다. 적임자이니 수고해달라’고 말씀을 하신 적이 있다”며 “우리나라가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해서는 내부의 화합과 통합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역균형발전과 공평한 인재등용을 강조했고 여수엑스포와 영암F1 대회, 고흥 나로호 기지에 대한 계속적인 지원, 서남해안에 대규모 풍력단지 조성과 광주에 자동차 100만대 생산기지 육성 등을 약속했다.
박 후보의 이런 얘기들을 듣고 있는 筆者는 잠시 회한에 잠겼다.
대선과 총선때마다 호남의 선거판을 오랫동안 지켜봐왔던 筆者는 박 후보의 이런 지원책이 막판 대선국면에선 거의 '무용지물' 이 된다는 사실을 이미 경험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박 후보가 이날 거론한 이런 류의 지원책들은 광주시와 전남도가 진작부터 추진해 왔던 일로 호남민심을 아우르거나 처방하기에는 임팩트나 참신성이 부족했다.
박준영 도지사나 강운태 광주 시장이 정예조회때 직원들에게 늘상 해왔던 말들이기도 하다. 호남정서를 전혀 모르는 참모들이 써준 글을 그대로 읽고 내려간 듯한 느낌마저 들었다. 호남출신 참모가 없다는 것이 여실히 느껴지는 대목이었다.
필자가 느낀 호남 대선의 특징은 부동층은 말할 나위도 없고 평소 우군층이라 여겨지던 지지층마저 선거 막판 상대진영의 파상공세에 여지없이 넘어간다는 사실이다. 선거에선 이성보다는 감성이 지배적이다. 이는 거짓선동이 훨씬 잘 통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정책보다 선동구호가 훨씬 파급력이 크다.
가장 중요한 점은 선동의 나팔수 역할을 자임하는 지방언론들이 상대진영에 넘어가 있다는 사실이다.
지난 2007년 당시에도 그랬다. 당시 이명박 후보의 지지율은 20% 달성을 목전에 두고 선거 일주일을 앞두고 터진 BBK의혹으로 인해 불과 2~3일만에 꼬꾸라지면서 결국 10%를 넘기는 데 실패했던 것이다.
이런 지지율 하락에는 호남지방 언론이 큰 역할(?)을 했다.
참고로 아래는 지난 2007년 대선을 코앞에 둔 시점에서 ´동영상 파문´ 뒷날 광주지역 주요 언론사의 메인기사 제목들이다.
신당“이명박,2002년 ‘BBK 직접설립’ 자인”< 모 신문 12.16일 톱>
광주전남시민단체 “이 후보는 사퇴하라” <모 일보 12.17일 톱>
“저는 BBK를 설립하고··· 첫해 28.8% 이익났습니다”<모 일보12.17톱>
“내가 BBK설립했다” 동영상 파장<모 일보 12.16일 톱>
鄭 “오차범위추격··· 대 역전가능”<모 일보 12.18 정치>
노대통령 “BBK 재수사 검토” 지시< 모 신문 12.18일 톱>
“이명박 후보 사퇴하라”< 모 신문 12.18일 사회>
광주전남 지역의 주류 언론사의 위 기사들로 인해 당시 20%를 상회하던 이명박 후보의 광주전남 지지율은 불과 사흘만에 반토막이 났고 결국 호남에서 이명박 후보의 지지율은 한자릿수 지지율에 머물렀다.
결론부터 내리자면, 위에서 거론한 구태의연한 호남선거판을 깨기 위해선 좀 더 새로운 충격요법이 요구된다.
즉, 호남의 生死를 가를 핵심 이슈를 설정하고, 이 이슈를 갖고 상대진영과 전면전을 벌이지 않는 한 이번 대선에서 새누리당이 호남민심속으로 파고 들어갈 여지는 없다.
특히 지방정치가 본격화되고 호남지역의 각종 현안 이슈가 상대진영에 의해 장악된 상황에서, 이들세력과 맞서 싸우지 않고선 새누리당과 박 후보가 호남 민심속으로 비집고 들어갈 여지는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없다는게 필자의 생각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2002년 대선 당시 ‘행정수도 이전문제’를 갖고 승부수를 던졌다.
서울수도권의 반대표심과 충청권의 찬성표심을 놓고 고민도 했겠지만 결국 ‘수도이전’ 이라는 대의명분에 정면승부를 내걸고 전면전에 돌입, 결국 대통령에 당선됐다.
박 후보도 호남에서 상대진영과 전면전을 불러 일으킬 이슈가 무엇인지 먼저 고민해야 한다.
그 이슈는 호남사람 표심에 국한되는 게 아니라 서울 수도권 2천만명중 30%가 넘는 호남출신 유권자들의 표심도 동시에 움직일 이슈가 되어야 한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20% 지지율을 달성하는데 꼭 필요한 2%가 무엇인지 진짜 고민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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