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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행정부 “이라크가 한국처럼 됐으면...”

'이라크 실패' 위안과 교훈찾아 한국과 비교 잦아

  • 연합
  • 등록 2006.12.16 14:00:15


한국과 이라크. 모든 면에서 지리적 거리 만큼이나 멀리 떨어진 두 나라이지만 미국의 조지 부시 행정부 관계자들과 언론, 전문가들이 미국의 이라크정책을 말할 때면 심심찮게 한국이 비교 대상으로 거론된다.


미국의 한국전 참전이 냉전의 본격화를 알리는 것이었던 처럼 이라크전은 냉전
같이 수십년 끌 '긴 전쟁(Long War)'인 테러와의 전쟁의 개시를 말하는 것이라는 주
장, 이라크군과 경찰의 재건을 위해선 8.15 광복후 한국의 전례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는 안보전략 전문가의 주장 등이 그렇다.


15일 물러난 도널드 럼즈펠드 전 미 국방장관이 재임중 미국의 이라크 파병을
정당화하는 논리를 펼 때는 "2003년 방한 때 한 한국기자가 `한국이 왜 이라크에 파
병해야 하느냐'고 물었으나 미국의 한국전 파병 결과, 내 책상에 있는 야간 위성사
진을 보면 한반도 남쪽은 환한 데 북쪽은 빛이 가물가물하다"는 게 단골 예화였다.


폴 울포위츠 전 미 국방부 부장관은 2004년 미 의회 청문회에서 미군이 이라크
군에 대한 작전통제권을 행사하는 "독특한" 지휘체계의 선례가 있느냐는 질의에 한
국을 예로 들었다.


최근엔, 미군을 철수시킬 수 있는 이라크 안정화 책으로 전문가 일각에서 이라
크 3분론(시아, 수니, 쿠르드)을 제기하는 것마저도, 미.소의 남북 분할 점령과 미
군 철수, 그리고 한국전이 장기화돼 미국내 여론이 악화되자 한국 정부의 반대에도
휴전을 서둘러 미군철수를 위한 한반도 안정화, 즉 분단을 택한 것을 연상시킨다.


한국전과 이라크전 및 이들 전쟁을 전후한 두 나라에 대한 미국의 정책은 1대 1
로 직접 비교할 대상이 아님에도 미국에서 이라크 정책 실패론이 커질수록 한국의
선례를 거론하는 비교가 잦아지고 있다.


실제 해법을 역사에서 찾아보자는 생각과, 단기적으론 실패라는 평가를 받지만
장기적으론 성공할 것이라는 희망을 반영한 현상이다.


◇"이라크군 재건과 한국의 교훈" = 미 육군대학 전략연구소(SSI)의 지난 1일자
월간 뉴스레터는 이라크군과 경찰의 재건을 위해선 미국이 "타국군 재건을 최초로
시도해 성공한" 한국의 전례에서 배울 것을 주장했다.


이 대학 교수인 쉴라 미요시 제이거(Sheila Miyoshi Jager) 박사는 사설에서 한
국은 1945년 해방후 정체가 갈가리 찢긴 상태였으나 1950년까지는 동질적인 상태가
됐으며 군과 경찰도 내부 분열 요소들을 제거해 동질적인 국가 보안군이 돼 가고 있
었다고 분석했다.


"이라크는 1940년대의 한국에서보다 인종, 역사, 문화적 뿌리가 깊은 종파분열
상태"이며, "종파적인 이라크 각 지역 주둔 군부대들이 내전의 핵을 잉태"하고 있는
만큼, "종파분열의 완화가 선행되지 않고는, 내전이 불가피해져 종국엔 분단만이 안
정책이 될지도 모른다"고 경고했다.


그는 미 점령군이 사담 후세인 시절의 군과 경찰을 완전히 허물고 새로운 군과
경찰의 재건을 시도한 것은 한국의 경험에 비춰도 옳았던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미군정은 "편의상 일제시대 경찰을 온존시켰으나, 식민지 경찰은 압제
의 주된 도구로 한국민들로부터 반역자나 부역자로 간주됐기 때문에 이는 폭발적인
정치상황을 초래했고...이 결정의 유산이 지금까지도 반미주의의 소재가 되고 있는"
것에 비춰, 이라크에서 후세인의 압제 장치들을 완전히 허물고 새로 짓는 게 이라크
국민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도 필요했다는 것이다.


제이거 박사는 한국군과 경찰이 동질적인 집단으로 되는 "힘든 과정에서도 최대
의 난제는 정체가 좌.우로 나뉘고 여기에 지역, 종교(기독교 때 공산주의), 계급분
열이 더해졌었던 것"인데, 남북 분단 때문에 오래지 않아 이런 갈래들이 정리돼 우
익은 남쪽에, 좌익은 북쪽에 따로 집결될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가 든 또하나의 결정적인 요인은 1948년과 1950년 사이 군내 좌익 숙청. "이
숙청은 불미스러웠고, 미군사고문단(KMAG)도 개입했을 수 있지만" 군의 동질화를

촉진하는 결과를 낳았다고 그는 말했다.


그는 한국에서 남북분단과 좌익숙청 등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군의 동질화
를 "우연과 운명, 계획(design)"의 결과였다고 말했다.


◇"한국처럼 될 수 있다" = 미국이 테러와의 전쟁 초입에 대규모 군사개입한 이
라크도 냉전 초입에 군사개입했던 한국의 현재처럼 될 수 있다는 부시 행정부의 희
망성 장기전망 제시는 럼즈펠드 전 국방장관에 그치지 않는다.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은 14일 워싱턴 포스트와 인터뷰에서 '이라크 정책의
목표를 자치.자조.자위에 두는 것은 이라크를 중동의 민주주의 횃불이 되도록 하겠
다던 당초 목표에 못미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한국도 (그 지역에서) 민주주의의
횃불이 될 소지가 있었으나 오랫동안 실현되지 못하다가 이제 그렇게 되지 않았느냐
"고 반문했다.


"이라크가 당장 2007년에 중동 민주주의의 횃불이 못된다고 해서 나중에도 그렇
게 못된다는 것은 아니다"라는 것이다.


부시 대통령 역시 현재 이라크 실패로 비판받는 자신의 처지를 50여년전 한국전
참전, 베를린 공수작전, 마샬 플랜 등을 결정한 해리 트루먼 전 대통령의 시련에 비
교하면서, 트루먼 전 대통령이 당시엔 인기없는 정책으로 지지도가 바닥을 기었지만
오늘날 이들 냉전 정책의 정당성을 인정받고 훌륭한 대통령으로 재평가받는 것에 매
혹됐다고 워싱턴 포스트는 15일 전하기도 했다.

 

 

(워싱턴=연합뉴스) 윤동영 특파원
yd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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