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이 당 진로 문제를 놓고 극심한 갈등 양상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범여권의 중도세력을 아우르려는 `낮은 단계'의 연대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우리당 내 통합신당론과 재창당론이라는 두 줄기 큰 흐름과는 별도로 당 밖에서
중도세력의 통합을 위해 `제3의 협의기구'를 설치하겠다는 구상이 공론화되기 시작
한 것.
이는 고 건(高 建) 전 총리가 통합신당 창당을 논의하기 위해 추진중인 원탁회
의와 직.간접적인 연결고리를 가질 개연성을 띠고 있어 여권의 새판짜기에 새로운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런 움직임을 추동하고 있는 세력은 우리당 내 중도성향 의원들이다. 중도보수
성향인 안개모 소속 김성곤(金星坤) 의원은 15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정치권의
중도세력이 공동 논의할 수 있는 가칭 `중도포럼'이란 장을 마련하고자 한다"며 "이
포럼에는 우리당 내 중도세력, 고 전 총리, 민주당, 국민중심당 등 4개 그룹이 함께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이들 4개 그룹은 각론에서 다를지 모르지만 `중도'라는 점에서 공통
분모를 찾을 수 있다"며 "우선 포럼 형식으로 출발하면 당적을 지키면서 떳떳하게
공개적으로 논의할 수 있고, 자연스럽게 통합신당 흐름을 형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또 "고 전 총리와 민주당 인사들과도 수차례 접촉하면서 교감을 형성
해 왔다"며 "당내에서도 40~50여명의 의원들이 동참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고 전 총리도 이날 광주.전남 경영자총협회 초청 조찬강연 후 기자들과 만나 "
김 의원과 수차례 만나 의견교환을 가졌고, 중도성향의 정치적 연대를 위한 대화논
의의 틀이 필요하다는데 공감했다"며 "앞으로도 의견을 교환할 것"이라고 `화답'했
다.
김 의원은 이 제안을 오는 19일 당내 중도성향의 모임인 희망21포럼, 실사구시,
안개모의 공동토론회에서 공식화한 뒤 1월 중 이들 그룹과 함께 중도포럼의 창립을
추진할 예정이다.
이들 3개 모임은 그동안 수차례 회동을 갖고 정책노선상 연대는 물론 정계개편
논의과정에서도 통합신당을 추진하기 위해 공동보조를 취하자는 공고한 공감대를
형성해 왔다.
그러나 당사자들은 김 의원의 구상에 일정부분 공감한다는 입장을 보이면서도
포럼 출범이나 참여 여부에 대해서는 매우 신중한 분위기다.
특히 포럼 참여 대상으로 직접 거론된 우리당 내 희망21포럼, 실사구시, 안개모
소속 의원들은 너무 설익은 이야기라면서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실사구시 소속 변재일(卞在一) 의원은 "통합신당론에 공감하는 사람들끼리 모여
자연스럽게 토론하고 국민이 선택할 수 있는 대세임을 알리자는 취지에서 포럼 논의
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며 "그러나 구체화된 내용은 아직까지 하나도 없다"고 말
했다.
희망21 소속 양형일(梁亨一) 의원도 "김 의원의 개인적 희망사항일 뿐"이라며 "
나가도 너무 나간 것 같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김 의원이 고 전 총리와 가까운 사람으로 알려져 있어 포럼이 고 전 총리를 추
대하기 위한 연대기구로 비칠 수 있고, 당내에서 진로 논의가 활발한 가운데 당 밖
에서 제3의 기구를 구성하는 것에 대한 부정적 시선 등 우려감이 반영된 것으로 보
인다.
민주당은 김 의원으로부터 중도포럼 제안을 받은 사실을 시인하면서도 우리당이
주도하는 형태의 모임이라면 참여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김효석(金孝錫) 원내대표는 "국민적 심판을 받은 정당인 우리당이 주도하는 모
양새라면 국민의 호응을 받기 어렵고, 실패한 정권에서 탈출하기 위한 포장이라면
더더욱 참여하기 어렵다"며 "중도포럼 참여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류지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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