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을 납치했다며 돈을 요구하는 거짓 협박전화가 최근 잇따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15일 서울 강남경찰서에 따르면 14일 낮 12시40분께 서울 강남구 삼성동 정모(53)씨의 구두방으로 "아빠, 친구 보증을 섰는데 친구가 빚을 안갚아 납치됐다"는 내용의 전화가 걸려왔다.
중학교 1학년생인 아들의 목소리와는 달랐지만 당황한 정씨는 아들이 폭행을 당
하고 겁에 질려서 그런 것이라 생각하고 "옆에 아저씨를 바꿔달라"고 말했다.
전화기를 넘겨받은 한 남성은 정씨에게 "아들을 납치했으니 500만원을 보내라"
며 정씨의 휴대전화 번호를 가르쳐달라고 요구했고 곧바로 휴대전화로 전화를 걸어 자신의 계좌번호를 불러준 뒤 "전화를 끊지 말고 근처 은행으로 가서 이 계좌로 돈을 입금하라"고 협박했다.
정씨는 인근 K은행에 가 500만원을 송금하면서도 전화를 끊지 못하자 아들의 납
치로 협박당하고 있는 상황을 메모지에 써 옆 사람에게 넘겨주고 경찰에 신고해줄
것을 부탁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은행에 바로 지급정지 신청을 했으나 이미 280만원
이 현금으로 빠져나간 뒤였고 정작 정씨의 아들은 납치는 커녕 집에 와 있었던 것으
로 밝혀졌다.
정씨 외에도 이번 주 들어 경남 진주와 인천, 울산, 서귀포 등에서도 `아들을
납치했으니 돈을 보내라'는 내용의 거짓 협박전화가 빈발하고 있다.
경찰은 이들뿐만 아니라 아들이 없는 집에도 똑같은 내용의 협박 전화가 걸려왔
다는 신고가 잇따르고 있는 점 등에 비춰 모두 동일범의 소행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범인 검거에 주력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강건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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