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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유엔사무총장 취임선서식...역사적 '거보'

  • 연합
  • 등록 2006.12.15 04:00:39

 

한국인 최초의 유엔 사무총장 시대가 14일 활짝 열렸다.


반기문(潘基文) 차기 유엔 사무총장은 이날 오전 유엔본부에서 국내외 귀빈들이
참석한 가운데 역사적인 취임선서식을 갖고 제8대 유엔 사무총장에 올랐다.


반 차기총장은 "나 반기문은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부여된 역할을 충성과 분별,
양심을 모아 행사하며 어떤 정부나 외부기관의 지시를 추구하거나 받아들이지 않고,
유엔의 이익을 위해 행동할 것임을 엄숙히 선서한다"고 다짐했다.


0...이날 행사는 10년 만에 유엔을 떠나는 코피 아난 사무총장 퇴임식과 반 차
기 총장의 취임식 등 2부로 나뉘어 약 2시간 가량 이어졌다.


알 할리파 유엔 총회 의장의 개회선언이 첫 테이프를 끊었다. 곧바로 아프리카
지역 대표인 아부마카르 이브라힘 아바니 니제르 대사가 아난 총장의 노고를

치하하는 결의안을 상정했고, 총회는 박수로 결의안을 채택했다.


또 칼리파 총회 의장의 연설에 이어 아프리카,아시아, 동유럽,라틴아메리카 및
카리브지역, 서유럽 대표들이 나와 알파벳 순으로 연설했다.


미국은 사임을 표명한 존 볼턴 유엔대사 대신 알렉스 울프 차석대사가 연설문을
대독했다.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이미 볼턴 대사의 사의를 수리한 데다 아난 총
장과의 갈등도 불참 배경이 됐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돌았다.


아난 총장은 지난 11일 마지막 연설을 통해 독선과 아집, 힘으로 군림하려는 미
국의 행태와 부시 대통령을 정면으로 비판해 주목받았지만 이날 퇴임 연설에서는

미국에 대해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참석자들은 결의안이 채택과 이임연설 뒤 두차례 기립박수를 통해 10년의 임기
를 마치고 떠나는 아난 총장에 대한 존경심을 표시했다.


유엔 관계자는 "아난 총장 임기가 공식적으로는 올해 말까지이나 13일로 모든
공식 업무는 사실상 종료됐다"며 "반 차기 총장이 역할을 대신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난 총장은 퇴임 후 고국인 가나로 돌아가지 않고 스위스 제네바에 거주하면서
비정부기구(NGO) 활동을 펼쳐나갈 계획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아난 총장이 1년 후로 다가온 가나 대통령 선거에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0...아난 총장의 퇴임연설이 끝나자 반 차기 사무총장의 취임선서식이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거행됐다.


알 할리파 의장의 연설에 이어 반 차기총장이 한때 비서실장 자격으로 보좌했던
제56차 한승수(韓昇洙) 유엔 총회 의장을 비롯, 유엔총회 부의장단, 주요 위원회

위원장, 안보리 고위관계자들이 연단으로 올라온 뒤 반 차기총장이 모습을 나타냈

다.


총회장 왼편 방청석에서 부인 유순택 여사와 아난 총장 이임식을 지켜봤던 반
차기총장은 할리파 의장의 초대를 받고 단상에 올랐다.


반 차기 총장은 한 전 총회의장 등이 뒤에서 지켜보는 가운데 연단 앞에 특별히
마련된 탁자에 놓인 유엔 헌장에 왼손을 얹고 오른손을 들고 할리파 총회 의장이

낭독한 취임선서문을 한 줄 씩 따라 읽었다.


"나 반기문은 충성을 다해 분별력과 양심을 갖고 유엔 사무총장으로 나에게 부
여된 임무를 다할 것을 엄숙히 선서한다"고 다짐했다. 8대 사무총장으로 공식화된
순간이었다.


트리그브 리(노리웨이), 함마슐트(스웨덴), 우 탄트(미얀마), 발트하임(오스트
리아), 케야르(페루), 부트로스 갈리(이집트), 코피 아난(가나) 등 전임자들의 바통
을 정식으로 이어받은 셈이다.


반 차기총장은 '유엔의 재상(宰相)', '세계 최고의 외교관' '세계 대통령'으로
불리는 유엔 총장에 걸맞게 이날부터 국가원수에 준하는 예우와 교황의 권위에

준하는 막강한 파워를 갖게 됐다.

0... 반 차기총장의 이날 취임선서는 이제까지와는 다른 형식으로 진행됐다. 아
난 사무총장 때까지는 종교적 함의를 가질 수 있다는 지적에 따라 차기 사무총장

이 손도 들지 않고 유엔 헌장도 없이 차려자세로 취임선서문을 낭독했다.


반 차기총장은 그러나 취임선서를 위해 마련한 유엔헌장에 왼손을 얹고 오른 손
을 든 자세로 취임선서를 낭독, 유엔 사무총장 취임선서식의 새로운 전례를 만들었
다.


반 차기총장은 취임연설 도중 헌장 준수가 사무총장의 최대임무이기 때문에 유
엔헌장에 손을 얹고 선서를 했다며 취임선서 방식을 바꾼 이유에 대해 설명하기도
했다.


반 차기총장은 취임선서가 너무 밋밋하게 보일 수 있다는 측근들의 지적에 따라
취임선서 방법 변경을 검토했으며 유엔 측도 흔쾌히 변경에 동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차기 사무총장의 인준총회와 취임선서가 따로 열린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이전까지는 대부분 사무총장 선출이 늦어지면서 안보리 추천에 따른 총회의 인
준투표와 동시에 현 사무총장의 이임식과 새 사무총장의 취임선서가 열렸으나 이번

에는 선출절차가 조기에 마무리됨에 따라 인준총회와 선서식을 분리했다.


유엔은 지난 10월13일 열린 인준총회에서 선서식을 함께 하는 방법을 고려하기
도 했으나 아난 총장의 레임덕 기간이 너무 길어진다는 의견에 따라 취임식을 분리해

치르기로 결정했다.

0...반 차기총장은 사무총장 취임 연설을 통해 유엔 개혁의지와 국제분쟁의 조
정자 역할을 다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피력했다.


연설 곳곳에서 사무총장 선출과정에서의 '로 키' 기조와는 달리 단호하고도 분
명한 메시지를 던졌다.


국제사회의 다양한 현안은 물론 안보리와 사무국 등 내부 개혁 문제까지 반 총
장에 거는 국제사회의 기대가 어느 때보다 높은 점을 의식한 듯 사무국 직원들의

높은 윤리의식, 역동적이고 적극적인 자세, 21세기를 맞은 인식의 전환 등을 강도

높게 주문했다.


특히 "유엔이라는 이름은 가장 가치있는 자산이자 가장 취약한 것이기도 하다"
면서 "스스로 모범을 보임으로써 유엔을 이끌어 나갈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물론 사무국 직원들에 대한 격려도 잊지 않았다. 그는 "저의 핵심임무 중 하나
는 지친 유엔 사무국에 새로운 삶이 숨쉬게 하고 새로운 신념을 불어넣는 것"이라

고 강조했다.


아울러 "재능과 기술에 대해 적절히 보상받고, 훈련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인적자
원 관리 및 경력개발을 위한 우리의 시스템을 개선할 것"이라고 강한 의지를 피력했
다.


그러나 반 차기총장은 "갈등조정자와 중재자역을 수행하겠다"고 강조, 지난 1970년 외교부 입부이래 전문 외교관으로서 쌓아올린 경륜과 지식을 살려 '국제분쟁 해결사'로 나설 뜻임을 밝혔다.


물론 반 차기총장은 사안의 민감성을 감안한 듯 관심이 초점이 되고 있는 북한
핵문제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나 반 총장은 "북핵 사태 해결을 위해 북한을 방문할 용의가 있다"고 밝히
는 등 한국인 출신의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북핵 사태에 지대한 관심을 보여왔다.


따라서 반 총장은 비록 세계를 관리해야 할 유엔의 사무총장이지만 취임 후에도
북핵문제에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살필 것이라고 측근들은 설명했다.

0... 반 차기총장은 이날 평소와 다름없이 6시 전에 일어나 취임선서와 연설,
기자회견에 대한 구상을 한 뒤 8시20분 유엔본부 옆에 있는 인수팀 사무실에 도착

했다.


반 차기총장은 9시40분 부인 유순택 여사와 함께 총회장에 입장, 방청석에서 아
난 총장의 이임식을 지켜봤다.


반 차기총장은 총회장에 들어가기 전에 이임식이 길어질 것을 예상, 연설을 앞
두고 목이 마르는 것을 막기 위해 식수를 많이 준비하도록 지시하는 치밀함을 보이
기도 했다.


반 차기총장은 취임선서 도중 긴장한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으나 자신에 찬
표정과 목소리로 프랑스어 부분이 포함된 취임연설을 읽어나갔으며 중간 중간
새로운 내용을 즉석에서 포함시키는 여유를 보여줬다.


반 차기총장은 이어진 기자회견에서도 세계 각국의 취재진으로부터 다양한 질문
을 받았으나 '기름장어'라는 별명에 걸맞게 관련 사항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보여주
면서 예민한 부분에 대해서는 원론적인 답변으로 대신하는 노련함을 보였다.

0... 이날 취임선서식에는 증인으로 총회 연단에 오른 한승수 전 유엔총회 의장
과 유엔 대사를 지낸 박수길 유엔 한국협회 명예회장, 서주석 유엔 사무총장 추진
범정부 태스크포스팀 의장 등을 비롯, 뉴욕지역 한인단체장 등 반 차기총장 측이 초
청한 100여명이 참석, 한국인 사무총장 탄생이라는 역사적인 순간을 지켜봤다.


북한 측에서는 이례적으로 김창국 유엔대표부 차석대사 등 4명이 모습을 드러냈
으며 이들은 반 차기총장의 취임선서식이 끝날 때까지 자리를 지켜 대표부 직원 1명
만이 나왔던 지난 10월 인준총회 때와는 다른 모습을 보였다.

 

 

(뉴욕 워싱턴=연합뉴스) 조복래 김계환 특파원
cbr@yna.co.kr
k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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