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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세박물관 '사인' 특별전

(서울=연합뉴스) 김태식 기자 = 구한말인 1894년 갑오년(甲午年) 1월26일, 대현댁(大峴宅) 오씨(吳氏)는 조카며느리 앞으로 법률 증서 일종으로 어떤 다짐을 담은 수표(手標)를 써 주었다.
수표에는 약 40년 전 질부에게 빌려준 쌀 10되를 돌려받았으며 앞으로 이 문제를 다시 거론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담았다. 이런 다짐을 더욱 확실히 하기 위해 문서 끝에다가 대현댁 오씨는 자기 오른쪽 손바닥을 그려넣었다.
이런 수표 내용으로 볼 때, 질부는 무려 40년 가량이나 "왜 내가 꾸어준 쌀 10되를 갚지 않느냐"고 대현댁 오씨에게 끊임없이 시달렸음을 짐작할 수 있다. 오죽이나 닦달을 해 댔으면, "앞으로 이 문제는 다시 거론하지 않겠다"는 다짐까지 받아야 했을까?
이처럼 조선시대 고문서는 그 하나하나가 당시 삶의 체취를 고스란히 담았다.
이 수표는 국세청 산하 조세박물관이 소장 중이다.
조세박물관은 한국 세정사 자료 수집 전시를 표방하며 6년 전에 개관했다.
하지만 "홍수 지난 자리엔 쓰레기라도 남지만, 세리(稅吏) 지난 자리엔 풀도 나지 않는다"는 금언이 주는 국세청의 위압감 때문인지, 개관을 즈음해 세제(稅制) 자료를 모으고 그 중 일부를 박물관에 상설전시하고 있지만 '세금 전문박물관'이 있다는 사실조차도 아직 널리 홍보되지 않은 실정이다.
이런 조세박물관이 '수결'(手決), 즉 '사인'(sign)을 주제로 한 조촐한 특별전을 마련해 1일부터 3개월간 선보인다.
수결은 그 표현 방식에 따라 왕이나 관리가 공문서 등을 결재할 때 주로 글자를 변형해 사용하는 서압(署押), 자기 이름을 변형하거나 풀어써서 편지 같은 곳에 찍는 서명(署名), 까막눈인 하층민이 글자 대신 손가락을 대고 그리는 수촌(手寸), 손바닥 전체를 그리는 수장(手掌), 나무에 수결을 도장처럼 새겨 사용하는 각압(刻押) 등으로 구분한다.
따라서 수표에 대현댁 오씨가 찍은 손바닥은 수결 중에서도 수장(手掌)에 속한다.
1713년 1월26일자 덕례라는 여성이 육촌 오빠 김세욱에게 자기 논을 양도하면서 작성한 토지매매계약서를 보면, 덕례는 자기 가운데 손가락을 그려 넣는 수촌(手寸)을 사용했다.
조선시대 세무공무원들은 어떻게 활동했을까? 역시 이번에 모습을 드러낸 목각 평시서(平市署) 수세패(收稅牌) 복제품은 조선후기 평시서라는 시전(市廛.시장)에 관한 사무를 관장하는 관청의 관리가 수세(收稅), 즉 세금을 거두는 일을 위임받은 자임을 증명하는 신분증 일종이다.
하지만 이런 신분증은 신뢰성이 생명이므로, 이것이 진짜 증서임을 증명하는 평시서 관리의 수결이 새겨져 있다.
http://blog.yonhapnews.co.kr/ts1406/
taeshi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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