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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문화재 발굴조사 때문에 공장 설립이 늦어진다며 시행업체가 중장비를 동원해 발굴조사 현장을 무단으로 파괴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졌다. 반도체업체인 S정공은 지난달 30일 충남 당진군 신평면 한정리 공장예정지의 문화재 발굴현장에서 대형 굴착기 1대를 동원해 고려시대 고분 5기를 밀어 버렸다. 시행업체 측은 발굴조사를 벌이던 조사원들을 협박해 현장에서 쫓아내고 카메라 등 조사장비를 파괴했으며 현장조사를 나온 충남도 공무원도 사실상 감금상태에서 협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곳은 매장문화재 전문 조사기관인 충남역사문화연구원의 지표조사를 통해 고려시대 고분군이 확인돼 이날부터 본격적인 발굴조사가 실시되던 중이었다. 공장 완공이 시급한 시행업체로서는 발굴조사로 시간을 뺏기는 것이 불만이었겠지만 이번 사건은 문화재에 대한 인식이 얼마나 잘못됐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라고 하겠다.



문화재 파괴 행위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00년 서울 풍납토성 경당지구에서는 지표조사 결과 초기 백제시대 유적이 쏟아져나와 아파트 재건축이 차질을 빚게 되자 재건축 조합원들이 굴착기를 동원해 조사 현장을 갈아엎은 일이 발생했다. 또한 비근한 예로 숭례문 방화 사건도 문화재의 중요성을 망각한 대표적인 사건이다.



S정공은 수출계약 때문에 늦어도 10월까지는 공장을 완공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한다. 업체 관계자는 "공장부지에서 확인했다는 유적이란 것이 과연 문화재적 가치가 있는지 의심이 들기도 하며, 우리 공장부지에서 나온 유물을 나중에 우리 회사가 소유하는 것도 아닌데 왜 그 발굴비용 일체를 우리가 대야 하느냐에 대한 불만도 있다"고 말했다. 업체 입장에서 문화재 발굴조사는 공장 설립을 지연시키는 하나의 규제이며 문화재는 개발의 걸림돌에 불과한 것으로 생각한 것이다. 발굴조사에 걸리는 시간과 비용은 업체 측으로는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문화재는 우리 민족의 귀중한 유산이고 한 번 파괴되면 다시는 돌이킬 수 없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어떠한 이유에서건 문화재를 훼손하는 일은 용납될 수 없다.



현재 문화재 보호법에 따르면 3만㎡ 이상의 건설 공사는 문화재 지표조사를 해야 하는데 발굴 수요는 폭발적으로 증가하나 발굴 인력과 조직이 턱없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이에 따라 문화재 발굴 조사를 둘러싼 각종 비리가 드러나고 있다. 최근에는 문화재 조사용역비가 조사기관장의 개인 자금으로 유용된 일이 감사원 감사 결과 밝혀지기도 했다. 지난달 30일 문화재청이 제2차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에 보고한 '문화재 조사제도 개선방안'은 현재 최장 140일까지 걸리는 문화재 조사절차와 그 처리 기간이 올해 안으로 40일내로 단축되고 문화재 전문조사기관 설립 요건이 완화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한 문화재위원회 심의도 현행 월1회 개최에서 수시 개최로 바꿈으로써 문화재 조사에 따른 사업 지연을 최소화할 계획이다. 각 시행업체는 문화재 발굴조사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이에 적극 협조해야 할 것이며 문화재 당국은 최대한으로 절차를 간소화해 업체측의 불편을 최소화해야 할 것이다. 문화재 발굴현장을 파괴하는 행위는 문화재에 대한 테러 행위이다. 문화재를 대대손손 물려줄 수 있도록 아끼고 보호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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