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연합뉴스) 김병수 특파원 = 이명박 정부가 북한 인권개선 등을 대북식량지원의 조건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북한이 재앙적 식량난에 직면하면서 한국 정부의 대북정책원칙이 대북식량지원문제와 충돌하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30일 보도했다.
포스트는 이날 서울발 기사에서 유엔 산하 세계식량계획(WFP)이 북한이 조만간 재앙적 식량난에 봉착하게 될 것이라고 말하는 등 식량부족이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이명박 정부는 지난 10년간 북한 주민 수백만명이 기근에 빠지지 않도록 도와준 식량과 비료를 북한에 지원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이처럼 이명박 정부가 북한에 대한 식량.비료지원을 지연하고 있는 것은 북한의 경제와 정치 개혁을 위해 조건부로 지원하겠다고 밝혔기 때문.
새 정부 출범 초기까지만 해도 서방 외교관들은 새 정부가 전임 정부의 대북포용정책에서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관측했지만 새 정부는 유엔 인권이사회의 북한인권결의안 표결에서 전임 정부와 달리 찬성표를 던지며 북한인권개선을 압박하고, 북한에 지원된 식량이 군부에 지원되는 지 분배과정에 대한 모니터를 요구하는 등 대북정책의 변화를 보였다고 포스트는 지적했다.
이 같은 정책은 전임 정권 때 정부로부터 무시당하거나 재정지원을 받지 못했던 한국내 탈북자 및 북한인권 관련 단체들의 적극적인 환영을 받았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의 이 같은 조건부 대북지원방침은 작년 여름 북한 지역의 홍수피해로 인한 식량생산 감소와 국제곡물가격 폭등, 중국으로부터의 지원감소라는 상황과 맞물리면서 비판을 받고 있다고 포스트는 지적했다.
통일연구원의 김암수 연구원은 "식량과 비료 지원 지연이 일반 북한 주민들을 생활을 어렵게 할 수 있다"면서 "남북간에 긴장이 고조되는 등 아주 미묘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북한학과 교수는 "역대 한국 대통령들은 북한을 압박하는 데 있어 국내적인 제약을 받아왔다"면서 "북한 어린이들의 앙상한 몰골 사진은 (국민들의) 분노를 일으키고, 북한과의 나쁜 관계는 경제성장을 해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명박 정부내에서도 일부 남북관계 전문가들이 대북경제지원이나 이산가족 상봉, 장기적인 대북협력에 우선해서 한국이 북한의 인권문제를 다룰 수는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포스트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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