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협회 '어린왕자' 상표권 분쟁관련 포럼
(서울=연합뉴스) 조채희 기자 = 생텍쥐페리 소설 '어린왕자'의 상표권 분쟁을 계기로 출판계는 지적재산권을 단순히 저작권 측면에서만 보지말고 종합적인 법리를 따져 좀 더 적극적이고 철저히 대응해야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한국지적재산관리재단 황종환 변리사는 30일 오전 대한출판문화협회와 한국출판연구소 공동주최로 열린 '어린왕자 상표권 분쟁과 출판계 해결방안' 관련 출판포럼에서 주제발표를 통해 이같이 주장했다.
황 변리사는 "지적재산권 문제를 단순히 저작권측면에서만 바라보거나 지적재산권을 둘러싼 종합적인 법리, 국내의 비즈니스적인 전략 등은 무시한 채 단선적이고 일시적으로 접근하다보니 '어린왕자' 사례에 대한 적극적이고 철저한 대응책이 제대로 마련되기 어려웠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번 사례에서 우리 출판업계와 문화예술인, 지적재산 전문가와 정책당국은 '과연 우리는 귀중한 문화와 지적재산들을 보호하고 경제적으로 적극 활용하기 위해 국내는 물론 전세계적으로 집요할 정도로 적극적이고 종합적인 관리를 추구해본 적이 있는가 자문해보자"고 말했다.
그는 문구업체 아르데코 7321이 '어린왕자'에 사용된 삽화 2점과 제호 2가지를 상표권으로 등록한 것을 둘러싼 무효논란에 대해서는 확정적인 의견을 제시하지는 않았다.
다만 '어린왕자' 제호의 경우 상표등록 무효사유에 해당하거나 상표권 효력의 제한을 주장할 수 있는지를 검토해봐야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저작권은 창작자 사후 50년간 그 창작물을 독점적으로 사용하게 하는 권리인 반면, 상표권은 지정상품에 관해 선택된 등록상표를 사용할 권리를 등록일로부터 10년간 독점적으로 사용하며, 갱신등록에 의해 10년씩 연장이 가능한 반영구적인 권리라고 설명했다.
김기태 세명대 미디어창작학과 교수는 또 다른 주제발표에서 아르데코 7321의 '어린왕자' 상표권 등록은 무효 처리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미 우리나라에서 수십년 동안 사용돼 국민들 사이에 보통명사로서, 관용상표로서, 공유저작물로서 확실히 인식된 '어린왕자'를 이제 와서 특정인에게 독점시킬 수 없다"고 말했다.
또 "일부 대형서점이 법률 해석 등 나름대로 노력을 했는지는 모르지만 일방의 주장을 듣고 '어린왕자'를 모조리 반품 조치를 한 것은 서점 고유의 역할을 포기한 직무유기"라고 말했다.
그는 상표권 논쟁 이후 "아르데코 7321과 예담이 공동출간했다는 '어린왕자'의 표지에 '어린왕자 오리지널 삽화가 들어간 정식 한국어판'이라는 홍보문구가 들어간 것은 문제가 크다"고 지적했다.
주제발표 이후에는 특허청 상표디자인심사국 유병덕 사무관과 김병준 대한출판문화협회 부회장, '어린왕자'를 출간한 출판사들 중 한 곳인 문예출판사의 전준배 이사 등이 토론을 벌였다.
유병덕 사무관은 "특허청에서 상표권 등록을 해준 것을 이번 분쟁의 발단으로 지목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전제하고 "오히려 상표권이 상표적으로 사용된 경우에만 권리를 주장해야하는데 현재 상황은 상표권자가 권리를 좀 무리하게 주장하는 측면이 있는 것이 문제가 아닌가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황종환 변리사도 "상표권이 있더라도 적용에 제한이 되는 경우가 많다"며 "적극적으로 권리관계를 따져보지 않고 '알아서 기는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1972년 3월 국내 최초로 '어린왕자' 번역본을 낸 문예출판사의 전준배 이사는 "지난주 출판사들이 모여 적법하게 출간된 출판물에 대해 문제삼는 것에는 대응하지 않을 수 없다는 의견을 교환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아직 구체적인 법적 대응 방안이나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날 포럼에는 '어린왕자' 상표권을 등록한 아르데코 7321이나 법률 대리인, 서점 등 다른 이해 당사자들은 참석하지 않았고, 참석자 수도 50명 안팎으로 많지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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