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델리=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페르베즈 무샤라프 대통령에 의해 축출됐던 판사들의 복직을 둘러싼 이견으로 파키스탄 집권 연정이 출범 한달만에 벌써 균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
30일 현지 언론에 따르면 집권 연정의 양대 축인 파키스탄인민당(PPP)과 파키스탄무슬림리그(PML-N)가 판사 복직 문제에 대한 이견으로 갈라설 위기에 놓였다.
양측은 당초 연립정부 구성에 합의하면서 새 정부 출범 후 30일 이내에 해직된 판사들을 복직시키기로 했다.
그러나 고(故) 베나지르 부토 전 총리의 남편이자 제1당인 PPP의 당의장인 아시프 알리 자르다리가 복직된 판사들의 권한을 제한하는 개헌을 추진하면서 무조건적인 복직을 주장해온 PML-N의 샤리프 총리와 대립했다.
자르다리와 샤리프는 이견을 좁히기 위해 이달 들어 4차례나 회동했으나 결국 합의안을 도출하지 못했다.
지난해 11월 무샤라프 대통령이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한 뒤 축출한 판사들의 복직 여부는 무샤라프 정부의 과거사 청산 등 파키스탄 정국의 핵심 이슈와 맞물린 중대 변수다.
특히 반(反) 무샤라프 운동의 전면에 나섰던 이프티카르 초우더리 전 대법원장이 복직될 경우 재선을 위해 무샤라프 대통령이 취했던 모든 조치들을 되돌릴 가능성이 높다.
이런 상황에서 자르다리가 복직될 판사들의 권한을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하자 일각에서는 실권을 빼앗긴 무샤라프 대통령을 감싸려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일기도 했다.
양측의 대립이 격화되자 자르다리는 개인적 사정을 이유로 두바이로 건너가 샤리프측과의 대화를 피했고 샤리프가 문제 해결을 위해 파견한 당직자들과의 대화도 거절했다.
이런 가운데 양당이 합의했던 판사 복직 시한(4월30일)이 다가오자 샤리프는 자르다리를 직접 만나겠다며 29일 밤 급거 두바이로 날아갔다.
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난 샤리프는 "판사 복직 문제는 파키스탄 국민이 안고 있는 가장 중대한 현안이며 나는 이를 위해 내 국가적 도덕적 책임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나는 연정이 유지되기를 간절히 바란다"며 자르다리와 협상이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을 경우 연정 탈퇴 카드를 빼들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이와 관련 시디크-울-파루크 PML-N 대변인은 "이런 대립이 계속될 경우 우리가 내각에서 철수하는 방안을 택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meol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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