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뉴스) 김현준 특파원 = 출산율 저하로 고민하는 싱가포르가 결혼과 출산을 촉진하기 위해 대학생들에게 연애하는 법을 가르치고 있어 눈길을 모으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29일 싱가포르 폴리테크닉(공대)에서 실시되고 있는 연애 강좌를 소개했다.
신문에 따르면 강의실에서 남녀 학생들이 서로 킥킥 웃고 까불고는 하지만 이는 학생들에게 데이트를 하고 사랑에 빠져 함께 사는 것의 기본을 가르치는 강의의 모습이다.
2년째를 맞고 있는 싱가포르 2개 공대에서의 연애 강의는 싱가포르 정부가 국민들의 결혼과 출산을 장려하기 위해 펼쳐온 많은 활동 중 가장 최근의 프로그램으로, 이 방식이 인기를 끌면서 다른 고등교육기관으로 확대하는 방안까지 논의되도록 만들었다.
싱가포르 정부는 지난 25년간 와인시음회나 크루즈, 로맨틱한 영화보기, 요리교실 등을 열며 '중매' 프로그램을 지속해왔다.
리콴유 초대총리가 1984년에 대학을 졸업한 가장 바람직한 여성들이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는 것이 너무 적다고 천명하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회개발청을 설립한 이후 싱가포르 정부는 중매자 역할을 해오고 있다.
그러나 그 결과는 신통치 않다.
지난해 싱가포르의 가임여성 출산율은 1.24명에 그치는 최저치로 떨어져 세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싱가포르는 인구를 유지하는데 필요한 출산율인 2.5명을 28년째 밑돌고 있다.
직장에서 일하며 돈을 벌어야 하는 싱가포르 사람들에게는 정부가 나서 중매를 하고 출산을 장려해도 이것이 현실적으로 큰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는 것이다.
정부와의 계약 하에 중매를 주선하는 기관에서 일하는 애니 챈씨의 경우도 정작 자신이 문제의 일부가 되고 있다. 39세인 그녀는 결혼 4년째이지만 아이를 가질 시간과 활력을 갖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학생들에게 연애하는 법을 가르치는 것도 성공할지는 미지수다.
신문은 수학 교수가 되는 것이 희망인 한 학생이 "공부를 계속해야 하기 때문에 연애에는 관심이 없다. 사랑에 빠지면 공부에 집중할 수가 없을 것"이라고 말한 것을 소개하면서 이 말이 싱가포르 사람들의 공통적인 문제를 나타내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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