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째 '뉴질랜드 와인과 재즈의 밤' 개최
(서울=연합뉴스) 한미희 기자 = "외교와 문화는 손을 잡고 같이 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29일 오후 서울의 한 재즈 클럽에서 열린 '뉴질랜드 와인과 재즈의 밤' 행사에 앞서 만난 제인 쿰스(45) 뉴질랜드 대사와 그의 남편인 재즈 가수 팀 스트롱(55)씨는 약속이나 한듯 입을 모았다.
'뉴질랜드 와인과 재즈의 밤'은 쿰스 대사가 2006년 1월 한국에 부임해 그 해 4월 첫 공연을 가진 뒤 올해가 3번째다. 올해 말 임기가 끝나니 마지막 공연인 셈이다.
"제인이 한국에 부임한 뒤 인터뷰를 하면서 제가 재즈가수라는 얘기를 했더니 이 재즈 클럽에서 연락이 왔어요. 저녁 초대를 받아 함께 왔는데 와인 리스트에 뉴질랜드산 와인이 없는 거예요. 그래서 뉴질랜드 와인을 넣으면 제가 노래를 하기로 했죠."
아내와 뉴질랜드를 위해 공연한다는 스트롱 씨는 벌써부터 한국을 떠날 일이 아쉽다고 말했다. "더 있고 싶지만 어쩌겠어요, 정부가 하는 일인걸."
유엔과 러시아, 호주를 거쳐 대사관 책임자로서는 한국이 첫 부임지가 된 쿰스 대사는 "한국이 이룩한 (경제적, 정치적) 성과도 놀랍지만 한국인들이 문화를 즐기며 사람들과 대화하는 능력이 탁월한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대사로서 자국을 홍보하는 일도 잊지 않는다.
"와인을 마시며 재즈를 즐기는 것은 뉴질랜드에서는 아주 일상적인 일이예요. 뉴질랜드 와인이 한국에서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뉴질랜드 고유의 깨끗한 토양과 기후 때문에 뛰어난 와인을 생산하고 있답니다."
쿰스 대사 부부는 이미 여성 대사와 재즈 가수 남편이라는 독특한 관계로 잘 알려져 있다. 미국 출신인 스트롱 씨가 뉴욕에서 활동할 당시 유엔주재 뉴질랜드대표부에서 근무하던 쿰스 대사를 만났다.
"남편이 한국 문화를 받아들이고자 하는 열정이 많아요. 대사직을 수행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죠. 특히 남편은 다양한 관점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남편이 없었으면 이런 행사를 통해 문화를 홍보하는 일은 할 수 없었겠죠."
"보통 외교관의 배우자들은 자신의 일을 유지할 수 없기 때문에 힘들어 합니다. 하지만 나는 내 일을 할 수 있고 내 정체성을 지킬 수 있었던 것에 대해 감사합니다. 아내는 외교가에서 남편이 재즈가수라고 하면 다들 관심을 갖고, 저 역시 아내가 외교관이라고 하면 관심의 대상이 되죠. 서로에게 큰 도움이 됩니다."
지난해 '뉴질랜드 와인과 재즈의 밤'을 찾았던 영화제작자의 제의로 영화 '상사부일체'에 출연하기도 했던 스트롱 씨는 이날 공연을 함께 한 한상원 밴드와 인순이, 강산에 등 한국 음악가들과 함께 여러 차례 공연을 갖기도 했다.
"패티 김 음악의 멜로디와 느낌을 사랑한다"는 스트롱 씨는 이날 공연에서 패티김의 '초우'와 아리랑을 감미로운 재즈로 들려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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