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동찬 기자 = 미국 남자농구가 프로농구(NBA) 선수들에 대표팀 유니폼을 입혀 올림픽에 맨 처음 내보낸 것은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이 처음이었다.
1988년 서울올림픽에서 남자농구 대표팀이 준결승에서 소련에 패하며 동메달에 그친 충격을 털어내기 위해 내로라하는 NBA 선수들을 불러모아 올림픽에 내보낸 것이다.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을 비롯해 래리 버드, 매직 존슨, 패트릭 유잉, 찰스 바클리, 스코티 피펜, 칼 말론 등 그야말로 최고의 선수들만 가려 뽑았다.
결과는 너무 싱거운 우승이었다. 가장 적은 점수 차가 난 것이 크로아티아와 결승이었는데 117-85, 32점 차였다.
상대 팀들과 평균 점수 차가 43.8점이었고 척 댈리 감독은 한 번도 타임아웃을 부르지 않았다.
이후 미국 남자농구 '드림팀'은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과 2000년 시드니 대회까지 올림픽 3회 연속 우승을 일궈내며 무적의 팀으로 승승장구했다.
그러나 2004년 아테네 올림픽 첫 판에서 푸에르토리코에 73-92로 대패하면서 드림팀의 올림픽 연승 행진이 끊겼다.
리투아니아에게도 져 예선을 3승2패로 겨우 통과한 드림팀은 8강에서 스페인을 이겼지만 결국 4강에서 아르헨티나에 81-89로 덜미를 잡혀 동메달에 그치고 말았다.
사실 드림팀의 실패가 아테네 올림픽이 처음은 아니었다.
2002년 미국 인디애나주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 6위에 그치며 불길한 조짐이 엿보였다. 비록 최상의 멤버로 나간 대회가 아니었다고는 해도 명색이 '드림팀'의 실패는 충격적이었다.
실패는 2002년 세계선수권과 2004년 올림픽이 끝이 아니었다. 2006년 일본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 결과도 비슷했다.
농구 명문 듀크대 감독인 마크 슈셉스키를 사령탑에 앉히고 르브론 제임스, 카멜로 앤서니 등 최고의 선수들을 꾸려 자존심 회복에 나섰지만 결과는 기대 이하였던 것이다.
준결승까지는 평균 25점씩 이기며 순항했지만 그리스에 95-101로 패해 또 동메달에 그쳤다. '드림팀' 간판을 달고 나온 세 차례 국제 대회에서 내리 결승에도 못 올라간 수치였다.
이제 미국 남자농구 대표팀은 자존심 회복 '3전 4기'에 도전한다.
일단 조편성은 잘 된 편이다. 26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올림픽 본선 조추첨 결과 미국은 중국, 앙골라, 스페인과 함께 B조에 속했다.
나머지 두 팀은 예선을 거쳐 올라올 팀으로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A조에 배정된 아르헨티나, 리투아니아 등과 조가 갈린 것은 일단 좋은 출발을 예감하게 한다.
중국은 '걸어다니는 만리장성' 야오밍이 있다고는 하나 미국을 상대하기는 역부족인 팀이고 앙골라 역시 중국과 비슷한 수준의 팀이라 몸 풀기 상대로 제격이다.
이번 올림픽에서 드림팀과 우승을 다툴만한 나라로는 역시 리투아니아, 아르헨티나 정도가 될 전망이다.
같은 조에 속해있는 2006년 세계선수권 우승팀 스페인이나 예선을 거쳐 올라올 가능성이 있는 그리스도 만만치 않다.
미국으로서는 사실 어떤 팀들이 주요 경쟁 상대인가 하는 것보다는 얼마나 훌륭한 선수들을 대표팀에 모이게 할 수 있느냐가 중요한 문제일 수도 있다.
아테네 올림픽 때도 브라이언트나 케빈 가넷 등이 빠졌고 2006년 세계선수권에도 팀 던컨이나 가넷과 같은 베스트 멤버들이 합류하지 못했다.
사실 NBA 정예 선수들이 미국 대표팀 유니폼을 입는다면 1992년 바르셀로나 때와 마찬가지로 다른 나라가 접전을 펼치기도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현재 미국은 33명의 대표 후보를 추린 상태고 이 가운데 12명이 올림픽 무대에 나가게 된다.
아직 올림픽 경험이 없는 브라이언트나 올해 NBA 올스타전 덩크슛 왕 드와이트 하워드, 특급 가드 제이슨 키드 등이 한 데 뭉친다면 드림팀의 명예 회복은 그리 어렵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NBA 빅 스타들이 또 이런저런 이유로 대표팀 합류를 꺼린다면 이번에도 금메달은 커녕 망신을 피할 수 없을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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