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연합뉴스) 추왕훈 기자 = 우리 사회의 큰 쟁점이 되고 있는 재벌의 경영권 상속 문제와 관련해 조석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은 "자식에게는 먹고 살 만큼만 물려주면 된다"는 견해를 밝혔다.
한중 재계회의 참석차 중국 베이징(北京)을 방문한 조 회장은 28일 현지로 향하는 전세비행기 안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상속세와 재벌의 경영권 상속문제에 관해 언급하면서 "대대손손 남기고 싶다는 욕심은 사욕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조 회장은 "사업가에게는 사업을 얼마나 번창시키느냐가 가장 중요하다. 그것은 사업하는 사람의 생명이다"면서 "(경영권 상속보다) 사업을 어떻게 영속화할 것인지를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회장은 그러나 오너경영의 장점을 강조하면서 '주인의식'이 있고 자격이 되는 자식에게 경영권을 물려주는 것 자체를 반대하지는 않았다.
그는 "누가 미덥고 누구에게 사업을 맡길 수 있는가"라면서 "오너경영을 바라보는 이상한 흐름이 있지만 주인의식에 있어서는 오너경영을 못따라 간다. 주인의식이 철두철미하면 나머지는 배우면 된다"고 강조했다.
경제계 일각에서 제기되는 상속세 폐지 주장과 관련해서도 조 회장은 나름대로 일리가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그는 "기업 경영권을 승계하려면 상속세를 내기 위해 기업의 반은 팔아야 한다"면서 "세금은 자발적으로 내는 사람이 많아지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조 회장은 과거에 고촉동 전(前) 싱가포르 총리를 만났을 때 "싱가포르는 상속세가 세수에 도움도 되지 않을뿐더러 돈 있는 사람은 합법적으로 세금을 회피하거나 외국으로 빠져나가기 때문에 자본유치 차원에서 아예 폐지했다"라는 말을 들었다고 전했다.
조 회장은 "우리나라도 상속세로 징수되는 돈이 연간 7천억-8천억원에 불과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조 회장은 이번 한중 재계회의와 관련해 "아시아 또는 동아시아 경제권을 형성하자는 제안을 할 것"이라면서 "미국의 서브프라임 사태와 같은 외부변수에 우리가 언제까지 끌려다닐 수는 없지 않느냐고 설득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중국 재계 지도자들에게 '한국이 기업하기 좋은 환경 조성에 힘쓰고 있으니 투자를 많이 해달라'고 당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국가안보나 기술유출 등의 위험을 들어 중국 자본의 국내기업 인수를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에 대해 조 회장은 "공공서비스 등 핵심적인 분야를 제외하면 중국자본이라고 해서 막을 필요는 없다"면서 "한국기업을 인수한 중국 자본이 국내 공장을 쓰러뜨리고 자국에 새 공장을 짓지는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 회장은 중국 출장 직전에 있었던 청와대 '민관 합동회의'에서 "제2롯데 월드 건설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 군시설 관련 고도제한, 중소기업에 큰 부담인 최저임금, 담합을 낳을 수밖에 없는 입찰구조 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애로사항을 전하고 개선대책을 건의했으며 이명박 대통령은 이 사항들을 하나하나 챙기면서 '검토한 뒤 적극 반영하겠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전했다.
예전에도 대통령과 재계 지도자들의 모임은 자주 있었지만 "과거에는 대통령이 '경제가 잘되고 있는데 무엇이 문제냐'는 입장이었던데 반해 지금은 대통령이 '투자는 여러분이 할테니 정부는 최대한 지원하겠다'는 자세여서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조 회장은 과거와 현재를 비교했다.
조 회장은 이번 회의에서 '전봇대 규제'로 도마 위에 올랐던 한전의 행태가 또다시 문제로 지적됐다고 소개했다.
한전은 송전소에서 기업까지 송전시설을 해당기업이 설치토록 하고 있는데 요즘은 도시에서 멀리 떨어진 공장이 많아 기업이 송전시설을 설치하기 위해 필요한 토지를 매입하는 데 엄청난 고생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조 회장은 "한전은 이런 분야에 노하우가 있으니 송전시설 설치를 위한 토지매입 업무를 해줄 수 있는 것 아니냐. 땅주인들이 재벌과 협상할 때와 한전과 협상할 때는 교섭의 내용이 달라질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조석래 회장은 특검수사 마무리 이후 삼성의 행보에 대해 코멘트 해달라는 기자들의 요구에 "그 이야기는 그만 하자"고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물러난 이건희 전(前) 회장을 대신해 대외적으로 삼성을 대표하게 된 이수빈 삼성생명 회장이 전경련 부회장직까지 이어받을 지에 대해서는 "아직 삼성으로부터 의견제시는 없었다"면서 "여러 사람에게 의견을 들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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