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종수 기자 = 1978년 4월 29일 원자력 발전소의 상업운전이 시작된 지 30년째인 올해 한국의 원전 수출 1호가 성사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현재 집중공략중인 터키와 루마니아의 원전 입찰이 이미 시작됐거나 조만간 시작될 예정으로, 빠르면 연내 '원전 수출 1호'가 탄생할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은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 터키.루마니아 참가예정..모로코는 접전중
29일 한국전력과 한국수력원자력에 따르면 터키 정부는 민간발전 사업자 형식으로 발주하는 첫 원자력 발전사업을 지난달 공고했다. 터키는 2015년까지 5천 MW 규모의 원전 건설을 추진중으로, 연내 첫 사업을 맡을 기업을 선정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전은 이원걸 사장이 지난 1월 터키 국내 화력발전의 절반을 짓고 민간 발전소도 보유하고 있는 이 나라 최대 건설회사 엔카그룹을 협력 파트너로 선정해 수주를 추진중이다.
터키 사업은 한전측이 수주가 가장 유력한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 원전 수출 1호 후보 가운데 하나로, 한전은 입찰 시한인 9월까지 사업계획을 짜 입찰에 참여할 계획이다.
올해 7월 입찰 제안을 받는 중수로 방식의 루마니아 체르나보다 원전사업 역시 유력한 사업으로 꼽힌다.
세계적으로 중수로 방식의 원전 추가 건설이 거의 이뤄지지 않는 탓에 중수로의 건설과 운영.유지 기술을 가진 기업이 거의 없는 반면, 수주를 추진중인 한수원은 중수로 방식의 월성 원전을 통해 노하우를 축적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한수원은 현재 중수로의 원조국인 캐나다에도 중수로 보수기술을 수출할 정도다. 수주전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내달 캐나다 원자력공사와 양해각서(MOU)를 맺어 공동 수주를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터키와 루마니아 외에도 현재 모로코 정부가 원전 사업을 맡을 주사업자 선정심사를 진행중으로, 한전은 프랑스 등 외국업체 3개사와 물밑 수주 경쟁을 벌이고 있다.
원전은 일반적으로 많이 건설되는 1천MW급 원전 2기를 수출할 경우 고용창출 규모가 5만5천명에 이르고 부가가치 창출도 5조원나 되는 것으로 평가될 정도로 대규모 사업이다.
한수원측은 "원자력 발전소라는 거대규모 사업의 특성상 아직 수주를 단언하는 것은 어렵지만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국내전력 35.4% 담당..연내 목표비율 상향전망
한전과 한수원이 원전 수출을 추진할 수 있게 된 데는 30년간 축적한 기술도 기술이지만 세계적으로 다시 일고 있는 원전 붐 덕분이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선을 돌파한 데 이어 고갈우려까지 커지고 유연탄,천연가스 가격마저 들썩이는데다 온실가스 배출문제 해결이 세계적 화두로 부상하면서 다시 세계 각국이 원전에 눈을 돌리기 시작한 것이다.
우라늄 가격 역시 지난 2002년 파운드당 10달러대이던 것이 최근 75∼90달러선까지 폭등했지만 아직까지 공급 안정성이나 발전비용을 감안할 때 싸다는 점, 그리고 석유,석탄과 달리 온실가스 배출문제가 별로 없다는 점은 여전한 장점이다.
우리나라는 1978년 고리원전의 상업운전을 시작으로 꾸준히 원전을 늘려 현재 가동중인 원전은 고리와 월성,영광,울진 등에 모두 20기에 이르고 있고 전력 가운데 원자력이 차지하는 비중도 1978년 7.4%에서 지난해에는 35.4%로 높아졌다.
한수원은 지금도 1천MW급 개선형 한국 표준원전인 신고리 1,2호기와 신월성 1,2호기의 공사를 진행중이다. 2011년 완공목표인 신고리 1,2호기는 원자로 설치공사를 한 상태이며 신월성 1,2호기는 굴착 및 냉각수 계통 구조물 공사가 이뤄지고 있다.
또 1천400MW급 차세대 원전인 신고리 3,4호기도 부지 정지공사가 진행되고 있고 2005년 기본계획이 확정된 신울진 1,2호기는 2016년까지 준공한다는 목표를 세워두고 있다.
2016년 이후에는 현재로서는 뚜렷한 원전 증설이나 비중확대 방침이 없는 상태지만 정부는 고유가와 온실가스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방안으로 원전을 염두에 두고 있다.
태양광과 지열,풍력 등 신재생 에너지의 이용을 늘리는 것이 더 바람직한 것으로 평가되지만 일반 발전에 비해 몇 배 높은 발전비용과 아직 기술개발이 진행중인 점을 감안하면 적어도 2030년 정도까지는 신재생 에너지가 전력생산의 주력인 '기저발전'을 담당할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정부는 조만간 2017∼2030년의 적정 원전비율을 최종 결정한다는 방침을 세워두고 있으나 사실상 적정비율을 높인다는 쪽으로 방침이 굳어져 있는 상태다.
대체로 9기 가량의 원전을 추가로 지어 전체 전력생산의 55%까지를 원전에 맡기는 것이 경제적으로 타당성있는 시나리오로 꼽힌다.
정부 당국자는 "올해 상반기내 국가에너지위원회를 열어 2030년까지 적정 원전비율에 대한 최종 결정을 내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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